트럼프가 때린 따귀”

2018년10월12일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따귀를 맞아보면 얼얼하다. 정신이 번쩍 들고, 편으론 창피하고 편으론 화가 치민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에 따귀를 맞았다.  트럼프가 때린 것이다.  5.24 조치 해제에 관한 이야기가 강경화 외교장관 입에서 나오자, 미국이 거다.  한국은 눈은 흘겼지만, 마디 말도 못했다. 약소국의 운명이라고 치부하며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도 사건이었다.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대북 제재를 풀지 않을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돌발적인 발언이 아니다. 트럼프는 작정하고 마디 것이다. 그만큼 미국도 불만이 쌓였다는 반증이다. 한미 양국의 공식적인 입장은 양국의 동맹은 굳건하며 어떠한 틈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한미 양국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는 길이 다르면 당연히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다.  


미국은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대북 압박을 하고자 하고, 한국은 미국이 하고자 하는 일에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겉으론 미국과 함께 지속적인 북한 제재를 하겠다고 말하면서, 행동은 그와 정반대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정정당당했고, 잘못한 일이 없다면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대노해야만 했고, 강력하게 이의제 기를 해야만 한다. 국격을 지키는 일에 나라의 크고 작음은 중요치 않은 것이다.  트럼프가 잘못 말했다면 분명히 해명을 요구해야만 한다. 국제정치는 힘이 지배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보고만 있어선 안된다.


강경화 장관이 트럼프를 너무 쉽게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면, 저지르고 보자는 생각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높은 자리에 계시는 분이 경솔했다.  트럼프도 물론 세련되진 못했다. 하지만, 그게 트럼프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받아버린다. 누구도 한국이 불쌍하다고, 문재인 정부를 도와줘야겠다고 나서진 않는다. 세계 제일의 패권국이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맹국을 때린 것이다. 정신 차리라고.  자꾸 삐딱하게 나가면 재미없다고.


기실 한미 양국의 불협화음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그의 특보인 문정인 교수는 한국은 북한 프로그램의 동결을 원한다고 밝힌 있다.  특보의 발언은 워싱턴에 있는 윌슨 센터에서 나왔다.  동결은 비핵화 와는 다른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말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원한다고, 미국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하지만, 기실 핵동결만으로 만족하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은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런 맥락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된다면, 미국은 이제 러시아, 중국에 이어 북한에 대해서도 상당히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핵보유국이 셋으로 늘면서, 미국은 동북아 정세를 힘으로 좌지우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평화를 원한다. 나는 문재인 정권이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 대해선 추호의 의심도 없다. 그리고,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선 주변국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특히 북한. 문제는 비핵화를 원하는 미국과, 평화를 원하는 한국은 서로 목표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패권 유지에 있어 북한의 비핵화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말로 되면, 제재를 가하고, 제재로도 안되면 때리는 미국이다. 북한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다만, 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없는 북한은 미국에 있어 쉬운 문제다.    


하지만, 한국에 있어 비핵화가 평화의 유일한 수단은 아닌 것이다.  오히려, 평화를 위해서라면 핵무장한 북한도 동결 수준에서 용납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적은 일차적으로는 북한이겠으나, 외에도 동북아에 잠정적으로 여럿 있다. 그렇기에 핵무장한 북한과 사이좋게 지낼 있다면, 그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북한을 믿을 있는가 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서로 엇박자가 나던 동맹이 이젠 공개적으로 싸운다. 트럼프는 이상, 한국의 발걸기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자신의 승인 없이 북한 문제를 함부로 끌고 가지 말라고 한다. 문대통령은 물론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외교를 보며 나름 배움이 있었을 것이다. 학습효과가 있어, 미국 정면에 대놓고 싫은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목표가 다르면 가는 길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삐걱거리는 동맹, 트럼프의 따귀때리기는 한국을 떠미는 결과를 낳았다. 힘의 논리에 막혀, 엉거주춤하는 한국이지만, 트럼프가 선사한 굴욕을 잊지는 않을 것이다. “ 쯤되면 나가자는 거죠” 말씀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