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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밀고, 빗을 버렸다

머리를 밀고, 빗을 버렸다


한미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컬럼


미용실 문이 닫혔다. 전염병 덕분에 이젠 머리도 마음대로 자를 없다. 마침 집에 전기이발기가 있었다. 예전엔 바리깡이라 불렀는데, 이젠 전기이발기가 올바른 표현이다. 어감이 어색하긴해도, 바리깡이란 단어와 함께 밀려오는 씁쓰러움보단 낫다.


여하튼 전기이발기 덕분에 머리를 있었다. 이제 14 딸아이가 시원하게 밀어주었다. 난생처음 전기이발기을 손에 딸아인 손에 땀이 찼나보다. 연신 손을 닦아내며 전기이발기로 머리를 깎아주었다. 자르면 된다고 말했더니, 걱정되는가보다. 언저리에선 상당히 조심스럽다. 귀를 앞으로 눕혀보고, 뒤로 젖혀보며 위이잉 위이잉. 한참을 자르고 나서 거울을 보란다. 거울 속엔 동자승마냥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한 내가 있었다. 어색하고 낯설긴 했으나 분명히 나였다. 오른손을 살짝 들어보니얇은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하는 조지훈님의 승무僧舞가 문득 떠오른다. 시구詩句를 되내며 오른 발꿈치를 살짝 들어보니 하릴없는 미소가 스친다.


머리를 밀고, 양손을 앞으로 모아 합장하니 영낙없는 스님이라. 해탈을 제대로 하려면 이승 욕심을 없애야 텐데. 어쩔까나.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하늘 한개 별빛에 모두오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빗이 필요 없어졌다. 머리가 없으니, 당연히 빗도 필요 없다는 사소한 진리를 그제서야 알았다. 머리에 힘줄 일도 없으니 젤도 필요없었다. 이젠 젤도 빗도 필요없는 거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어라, 거울도 필요없네. 머리 만질 일이 없으니 얼굴 만질 일도 없다. 책상 위에 놓인 거울도 이젠 불요라. 딸아이 덕분에 저절로 미니멀리스트가 된다. 모두 버리자.


며칠 지내보니, 염색약도 필요없다는 깨닫는다. 아울러 염색할 입는 샤츠도 필요없고, 아침에 내느라 시간들이는 일도 별로 없다. 머리를 밀었더니 세상이 보이는구나. 정말 해탈을 하려나.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하지만, 이것저것 버리면서 번씩 주저한다. 무었인가 버린다는 일은 무척 힘들다. 도미니크 로로씨의 말처럼 되돌릴 없기 때문이려나. 이미 잘려나간 머리칼, 쓰레기통에 들어간 , , 거울 모두 다시 찾아올 없다.


다시 필요할 수도 있을텐데. 머리가 자라면 다시 필요할텐데. 오른손은 버리길 주저한다. 왼손으로 집어 버려버린다. 당장 쓸모없는 가지 물건 버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데, 사리자여 마음속 깊이 자리한 욕심은 어찌 버리려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문의 703-333-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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