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계철선'이라는 군사용어가 한동안 언론에서 자주 사용된 적이 있었다. 인계철선은 폭탄과 연결된 가느다란 철선을 뜻한다. 침투하는 적이 철선을 건드리면 자동적으로 폭탄이 폭발하도록 설계된 장치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 전방에 배치된 미군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한반도 전쟁에 자동 개입한다는 맥락에서 사용된 용어이기도 하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보면서, 새삼 10여 년 전에 사용됐던 인계철선이라는 용어가 다시 떠오른다. 북한의 물리적인 공격에 의해 미군이 피를 흘리게 된다면, 미국은 한반도 무력분쟁에 자동 개입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한미 동맹을 떠나서, 자국민이 피를 흘리면 반드시 대가를 내게 한다는 미국의 원칙에 의한 자동 개입이다.

북한이 한국을 향해 미사일이나 곡사포를 쏘면서 주한 미군에 피해를 주지 않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기껏해야 전산망 해킹이나 해군 함정 공격, 섬마을에 대한 포격 등으로 북한은 그들의 도발 수위를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의 전쟁이 북한 현 체재의 종말을 뜻한다는 것을 북한의 지도자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민이 피를 흘리는 경우, 상대방에게 이에 상응하는 또는 그 이상의 대가를 물린다는 것은 미국뿐 아니라 대부분 민주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통치 원칙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의 국제화는 한국민 보호를 위한 매우 유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국제화가 진전되면서, 한국에는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게 됐다. 정확한 수치는 없지만,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많은 외국인이 눈에 띈다.

서울을 방문하는 많은 외국인은 지금 이 순간 서울을 보호하고 한국을 북한의 도발로부터 지켜주는 중요한 방패 구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무분별한 공격에 의해 자국민이 한국에서 피를 흘릴 경우, 북한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지 않을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처럼 한국이 국제화됨으로써 북한의 도발로부터 그만큼 더 안전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 칼럼 워싱톤 중앙일보 04/16/13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633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