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바뀌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반세기 이상 지속된 북한의 독재는 숱한 부작용을 낳았다.

특히, 기득권층에 의해 소외된 세력들의 불만은 고조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불만은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조직적인 불만은 쿠데타로 발전되고 개인적인 불만은 종종 망명으로 이어진다.

위키리크스에 의해 공개된 한미외교비문에 따르면 1990년대 북한에서는 3차례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90년대는 김정일이 왕성하게 지도력을 행사하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만약 이러한 쿠데타 시도가 사실이었다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위키리크스는 이와 함께 올 초에 “해외에서 근무하는 복수의 북한 관리가 한국에 망명했다”는 비밀 문건도 공개했다.

연평도 포격을 포함해 최근 북한이 자행한 일련의 도발행위를 우리는 북한의 관점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등장으로 북한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 한국으로부터의 식량 및 현금원조가 대폭 줄었고 새롭게 강화된 한미군사공조는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돼 서둘러 후계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또한, 미국의 강력한 대북 금융제제와 무기수출 차단으로 김정일은 통치자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믿었던 동맹국 중국마저 경제원조 및 정치협력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정일의 지상명제가 정권유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정일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해법은 내부분열 방지와 외부로부터의 수혈이다. 내부분열이란 쿠데타, 정치망명 등을 뜻하고, 수혈은 식량과 통치자금 조달을 의미한다.

북한의 이 같은 당면 목표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은 도발이다. 북한은 군사 도발이 원시적이지만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충분히 터득했다. 때문에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를 공격했고 혹시라도 한미 양국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경우에 대비해 자신들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사전 공개하는 교활함까지 보였다.

도발을 통해 북한 내부의 팽배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추가도발을 중지하는 대가로 외부 수혈을 받고, 신무기를 과시함으로써 향후 무기시장도 확보하자는 게 북한의 의도라고 판단된다. 게다가 이 같은 군사행동을 통해 미온적인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날리고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화할 수 있다면 도발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결국 북한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도발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아니라 도발의 시기, 형태, 수위 등이 되는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추가 도발은 반드시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선택을 해야 한다. 몇 가지 선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완전한 예방. 추가 도발의 완전한 예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설정할 수 있겠으나, 전면전을 옵션으로 설정하지 않는 한, 완전한 예방이란 불가능하다. (2)도발의 시기를 늦춘다. 유화정책을 통하여 북한에게 도발보다는 친화가 유익하다는 점을 깨닫도록 한다. (3)도발의 빈도와 수위를 낮춘다. 각각의 도발에 강력한 응징 대처함으로서 도발은 오히려 북한체제에 위험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알려진 한국 정부의 자체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붕괴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한반도의 현 상태가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서 이루어진 평가일 것이다. 어차피, 내부 분열에 의해 붕괴될 북한을 한국이 전면전까지 각오하며 무력 응징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북한에 수혈을 해주어 자체 붕괴되는 것을 막아줄 필요는 더더욱 없다.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한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국방과 외교가 필요한 때이다.

임종범 변호사·한미법률 사무소
출처: 워싱톤 중앙일보 오피니언 2010년12월6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124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