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할 것인가? 말 것인가? 라면 물론 답은 "예"가 되어야 한다. 상대는 첨단 비대칭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만 낙후된 기술의 재래 무기를 가지고 방어를 한다고 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고 안일한 대응이기 때문이다. 비대칭 무기의 무서운 점은 단시간 내에 대량학살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핵이 되었든 생물화학 무기가 되었든, 북한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비대칭무기를 사용해 단 시간 안에 한국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수 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비대칭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얼마만큼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올바른 억지력을 행사하려면 상대방의 전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아니면 최소한 상대방이 전세를 오판하지 않을 만한 장치를 해 두어야만 하는 것이다. 국가는 그 국가에 속해있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은 불문가지다. 만약 현 상황하에서 한국정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직무유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만약 한국정부에게 있어 사드 배치 여부에 관한 양자택일의 선택만이 있다면 당연히 사드 배치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만약 우리 앞에 놓여진 질문이 북한의 핵, 생화학 무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라면 논의는 사드 배치 여부가 아니라, 효율적인 방어는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다. 왜 우리는 사드 배치에 관한 열띤 논쟁을 벌이면서도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인가? 사드 배치 논의만이 한국 안보와 안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다른 대안들이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서 사드만을 대안으로 보며 논의를 사드 배치에 관한 양자택일로 몰고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좀 더 큰 눈으로 한국안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중국전국시대 당시 연횡책(連衡策)을 주장했던 장의(張儀)가 떠오른다. 전국시대 제후6국이 연합하여(合縱策) 진(秦)나라에 대항하던 당시 그는 세치 혀를 이용해 제후국의 연합을 깨뜨리고 진나라에 의한 전국통일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장의처럼 세 치 혀로 한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방법은 없을까? 사드 배치를 놓고 중국 미국등의 강대국과 갈등을 빚는 것 외에 북한의 호전성을 억지하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만약 누군가가 북경에 가서 중국으로 부터 한국 안보를 보장받을 수 있다면 세치 혀가 사드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을까? 한국과 중국이 방위조약을 체결해 북한이 핵, 생화학 무기등 비대칭 무기로 한국을 공격하는 경우 중국은 한국을 방어한다는 식의 방법은 대안이 못되는가?

북한은 대외적으로 그 들의 비대칭 무기는 방어용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며, 중국이 원하는 것은 동북아시아의 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중방위조약은 허황된 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한국엔 장의가 없는가? 정녕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만이 한국 안보에 대한 해답인가? 사드에 집중되는 안보논의에 유감이다. 물론 나는 한중방위조약이 해답이라는 뜻으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올바른 질문이 던져졌을 때, 올바른 화두가 주어 졌을 때 건전한 논의, 자기성찰 등이 가능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질문을 다시해 보자. 그리고 창의력을 발휘해 해답을 찾아보자. 한국의 가장 큰 천연자원은 역시 사람 아닌가.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뉴스 칼럼 2015년 3월 21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249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