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어토니(Attorney)’라는 말만으로 변호사를 지칭하지 않고 ‘카운슬러(Counselor)’라는 표현을 덧붙인다. 왜 카운슬러라는 표현을 쓸까?

카운슬러는 우리말의 상담자 또는 조언자에 해당한다. 변호사가 카운슬러의 역할을 하는 이유는 변호사의 임무가 변론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변론은 기본적으로 어떤 입장이 주어졌을 때 그 입장을 옹호하는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흉악한 죄를 지었더라도, 또 어떤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해도 변호사는 그 사람의 입장을 변론하고 그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카운슬러는 그 사람이 죄를 짓기 전에, 실수를 하기 전에 그러한 문제점들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인사회에는 변호사의 역할 중 카운슬러의 역할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문제가 터지고, 사고가 난 후에야 변호사를 찾는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병이 들고 나서 의사를 찾는 격이다. 병들기 전에 의사의 조언을 들었다면, 또는 병이 악화되기 전에 의사의 처방을 받아 들였다면, 문제가 간단하게 끝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살고 싶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는 변호사가 변론보다는 상담과 조언을 많이 하는 나라다.

법은 무척 복잡하다. 법을 공부했다는 변호사들도 각자 자기 전문분야 만을 다뤄야 할 정도로 법이 복잡하다. 비즈니스 계약을 하기 전, 신분 변경을 하기 전, 이혼을 하기 전, 상속을 하기 전, 파산을 하기 전 등 법과 관련된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하기 전에 미리 미리 변호사와 상담하고 조언을 구하도록 하자.

아름다운 나라, 살기 좋은 나라에서는 본의 아니게 법을 어기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변호사가 상담을 해주고 조언을 해준다. 변호사가 카운슬러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우리 사회는 살기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임종범 변호사, 한미법률사무소

 

출처: LA 중앙일보, 2010년10월10일 발언대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085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