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위협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다들 그 불을 끄려고 동분서주 바쁘다. 이미 예견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뿐인데, 마치 새로운 일인 듯 급하다. 당장 아무것도 안 하면 큰일이 날 듯.

그렇다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넋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다만,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 문제다. 대통령은 "압도적 힘의 우위를 통해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한다"며 강력한 자주국방을 주문한다. 하지만, 인류에게 있어 핵보다 더 강력한 무기란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핵보유국인 북한에 대한 압도적 우위란 사실 가능하지 않다. 논리적 오류다.

대한민국은 압도적 우위가 아닌 힘의 균형을 목표로 해야 한다. 압도적 우위란 어차피 가능하지 않은 목표요, 필요치 않은 목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 비대칭 무기의 정점에 있는 핵을 능가하는 압도적 우위란 없다. 현 세계질서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주변 강대국도 반대하고, 국제적인 추세는 오히려 비확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힘의 우위란 필요없다. 억지력은 균형을 필요로 하지, 힘의 우위를 필요로 하진 않는다. 억지력은 방어력을 뜻한다.

한국이 압도적 우위가 아닌 힘의 균형을 목표로 한다면, 한국에겐 많은 옵션이 있다. 우선 유엔이 있다. 유엔 결의를 통해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는 경우 북한을 인류의 적으로 간주해 유엔이 자동 개입하도록 하면 된다. 한번 결의된 내용은 국제 정세가 앞으로 어떻게 변하든 상관없다. 중국도 러시아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북한도 핵 개발은 방어용이라 했으니 효과적으로 반발하긴 힘들 것이다.

유엔 결의가 가능하지 않다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개별적인 방위조약을 체결하는 방법도 있다. 전면적인 방위조약이 아닌 핵 사용에 대한 제한적인 방위조약이다. 북한이 핵으로 한국을 공격한다면 중국이나 러시아는 자동 개입해 한국을 방어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방위조약이 가능하지 않다면, 최소한 불개입 보장은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는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을 돕지 않겠다는 보장을 받는 것이다. 그런 다음, 한국은 프랑스나 영국 등 민주 진영 국가와 조약을 통해 자동으로 핵 보복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힘의 균형은 결과에 대한 확실성에 기인한다. 핵 공격의 후과가 뚜렷한 경우, 힘의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고, 확실한 억지력이 생긴다. 샌프란시스코가 먼저니 서울이 먼저니 하며 미국의 핵우산이 제대로 펴질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혈맹이라 해도 자국우선주의는 분명하고, 그것을 탓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핵우산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비에 장화도 신고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압도적 우위'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수사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현실을 보는 눈과, 과감한 외교를 펼치는 담대함이 필요한 때다. 누가 누구를 만나 국격을 올리고, 떨어뜨리고 하는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우선 국가의 목표를 현실적으로 설정하고, 올바른 억지력을 위해 함께 노력 할 때다. 어차피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우왕좌왕하다 불이 다른 곳까지 번지면 안되겠다.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2017년 1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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