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법은 불체자 고용을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위반하다 적발되면 당연히 법의 제재를 받게 된다. 사안에 따라 경범죄 또는 중범죄로 처리된다. 불체자를 고용주에게 소개해 주는 경우 중범죄가 적용된다.

최고 5년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윤을 목적으로 불체자를 소개하면 10년까지도 형이 가능하다. 불체자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행위도 중범죄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 사는 지인에게 관광비자로 미국에 들어와서 눌러 살도록 종용하는 경우도 중범죄가 적용 가능하다. 불체자가 일하러 갈 때, 교통편을 제공한다면 그것도 역시 중범죄에 속한다.

미국 시민이라도 불체자를 도와준다면 범법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대부분의 경우 불체자와 관련된 위법 행위는 중범죄에 해당된다. 그래서, 불체자가 적발되면 두 번 운다는 말이 있다. 한번은 자기 자신의 처지가 슬퍼서, 또 한번은 자기를 도와주었던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는 게 안타깝고 미안하기 때문에.

최근 불체자 단속을 내용으로 하는 애리조나의 새로운 주법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인권침해, 인종차별 등 악법의 요소가 적지 않다. 하지만 굳이 애리조나 주법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존재하고 있는 미국의 연방이민법에도 상당히 까다로운 조항들이 많이 담겨 있다. 기존 이민법을 엄격히 적용할 때 우리 한인들 가운데 범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 때 마다 불체자들이 손가락질을 받는다. 경제가 어려워진 근본 원인이 마치 불체자들에게 있다는 듯이. 그럴 때면, 으레 불체자들을 강력 제재하는 법안이 상정된다. 아울러 불체자를 돕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법도 제정되곤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은 집행여부를 떠나서, 새로운 법으로 남아서 이민자들을 어렵게 한다.

이런 법들은 범죄 단속이나 경제 살리기에 실질적 도움이 되기보다는 지극히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한 형식적 법조항으로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악법들이다. 하지만 악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상징성 때문에 그 법률을 철폐하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없다. 자기의 정치 생명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이 많아질수록 범법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불법 체류 의사를 갖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사람에게 비행기표를 사주는 것은 불법 행위가 된다. 불체자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 불체자의 체크를 현금으로 바꾸어 주는 것 역시 불법이다. 불체자의 병을 치료해줘서 미국에서 살도록 해주는 것조차도 불법행위에 해당된다.

지극히 상식적으로 보이는 이 같은 일련의 행위들이 불법으로 규정되는 것은 불체자는 범법자이기 때문이다. 불체자가 범법자이니 범법자를 도와주는 것은 곧 불법이라는 말이다. 코걸이도 되고 귀걸이도 되는 이민법, 힘든 건 불체자 뿐만이 아니다. 법치주의라는 미국의 건국이념마저도 퇴색되고 있다. 애리조나법이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이민법이 문제다. 법은 법대로 놀고, 경찰은 경찰 마음대로 선별적으로 법을 집행한다.

하루 속히 대사면 법안이 통과 되어야 하는 것은 불체자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악법으로 인해 불편과 고통을 겪어야 하는 미국 사람을 위해서다. 법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민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국민 하나하나가 법을 지킴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법이다. 하지만 멋대로 집행되는 법, 국민이 공감할 수 없는 법은 악법일 뿐이다.

 

 

임종범 변호사 한미 법률 사무소

출처와싱톤 중앙일보 2010518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032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