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이민법 (4) - 인권은 국적이 없다

 

인권은 민주사회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양보할 없는 권리’다. 불체자도 예외는 아니다. 불체자들의 ‘기본 인권’ 또한 존중되어야만 한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미국과 같은 민주사회에서 다수결의 횡포에 맞서 불체자 인권 소수의 권리를 지겨주는 것은 바로 법원의 역할이다.

 

법치국가인 미국은 불체자들에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을 법으로 명확하게 구분해놓고 있다.  우선 불체자가 미국에서 없는 것들을 설명한다. 불체자는 (극소수 예외) 미국 운전면허증을 취득할 없으며 총기 소지가 금지되어 있다. 투표를 없으며 웰페어 혜택(식비지원, 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불체자들에 부여된 권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할 있는 것은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다. 불체자의 소유물을 훔치거나 빼앗는 행위, 불체자의 신체에 해를 가하는 행위,  불체자를 협박·감금하는 행위 등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다. 불체자들도 이런 경우 필요하다면, 경찰에 신고해 법의 도움을 받을 있다.  최소한 형사 사건에 있어서 불체자의 신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체자의 자유와 재산은  적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만 억압 또는 몰수 가능하다.  여기에서  적법 절차라는 것은 정당한 법적 절차를 뜻한다. ,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만 집행 가능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보자.  경찰이나 이민국 직원이 불체자를 적발하더라도 불체자의 돈을 빼앗거나 임의로 미국을 떠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재산 몰수나 추방은 법원의 판결이 있어야 가능하다.  참고로, 같은 해석은 미국헌법 수정조항 14항을 기초로 한다. 조항은 노예해방 후에도 흑인들이 2 국민으로 취급되었던 제도적 병폐를 막기 위해 제정됐다. 이후 인종차별과 관련된 많은 법들이 미국헌법 수정조항 14항에 의거한 법원의 판결을 통해 철폐되었다. 

 

 

수정조항 14항에 따르면 불체자들도 이유없이, 무작위로 체포·구금·수색당하지 않을 권리를 지닌다.  풀어서 이야기 하면, 불체자들도 자신이 체포·구금·수색당하는지를 물어 권리가 있으며  경찰은 체포·구금·수색시 이유를 불체자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불체자에게는 이와 관련된 하나의 권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묵비권이다. 자신이 불체자라고 하는 사실, 본인이 어떤 불법행위에 연루되었는지 등에 관해 불체자는 묵비권을 행사할 있다.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해서 그것을 범죄행위를 시인한 것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이는 수정조항 5항에 해당하는 권리다.

 

다음은 불체자들의 생계와 직결되는 권리이자 가장 자주 무시되는 권리이기도 하다.  그것은 바로 직장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을 권리다.  불체자라고 해서 저임금을 주거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시켜서는 된다. 임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체불 행위), 그외 차별행위를  하는 역시 불법이다. 사업주가 불체자를 고용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불체자임을 모르고 고용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일단, 고용한다면, 때부터는 다른 합법 이민자와  동등하게 대우해 줘야 한다.  그것이 인권이다.  체류신분을 이유로 어떤 차별도 가해져서는 된다.  

 

물론, 권리가 있다고 해서 모든 권리를 행사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신분 때문에 불안한 불체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모두 주장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자기의 권리를  알고 참는 것과 자기의 권리가 무엇인지 조차 모르면서 착취 당하는 것은 하늘과 차이다.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애리조나의 반이민법과 같은 악법들이 자꾸 쏟아져 나오면서 경제 논리가 인권에 우선될 가능성이다. 애리조나의 반이민법은 불체자가 자기 권리를 행사하기 매우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인권은 국적을 초월한 권리다.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인권이다.  불체자도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불체자의 인권 역시 존중되어야 한다. 

 

 

임종범 변호사 한미법률사무소 

워싱톤 중앙 일보 시사 컬럼 2010년5월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