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을 통해 영주권을 소지한 한인들이 가능한 빨리 시민권을 따야할 4가지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취득해야 하는 이유를 정리해 본다.

5. 영주권자는 직업에 제한이 있다

미국에는 직업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영주권자에게 허용되지 않는 직업이 정말 많다.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루는 분야, 또는 국가 보안과 관련된 업무는 영주권자를 포함한 외국인에게는 문호가 개방되지 않는다. 특히 워싱턴 DC 일원에는 국가 기밀, 국가 보안과 관련된 일자리가 정말 많다. 신분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대단한 손실이다.

6. 시민권자는 입국 수속이 빠르다

미국 입국 심사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점인데 내국인(여기서는 미국인) 줄이 언제나 짧은 경향이 있다. 미국 시민권자 심사대의 줄이 긴 경우 심사관 수를 늘여서 라도 입국 수속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국인이 외국인에 우선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줄서서 기다리는 것을 싫어 하는 사람에게는 시민권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7. 시민권자는 불체자를 구제할 수 있다

불체자는 신분 때문에 서러움을 많이 당한다. 일을 해주고 돈을 못 받는가 하면, 걸핏하면 이민국에 신고한다고 업주가 엄포를 놓는 바람에 한숨도 크게 못쉰다. 그러나 불체자도 시민권자와 결혼한다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시민권자는 결혼을 통해 배우자의 불법 체류 신분을 합법 체류로 바꿔줄 수 있다. 그러나 영주권자는 배우자가 불체자인 경우 배우자의 신분을 바꿔줄 수 없다. (다만, 불체자가 밀입국자라면 시민권자와 결혼해도 신분 변경이 불가능하다.)

8. 시민권자는 투표를 할 수 있다

투표권은 민주주의의 꽃이다. 재산의 많고 적음,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누구나 단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신이 모든 인간에게 시간을 공평하게 허락한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주권자에게는 한 표가 허락되지 않는다. 영주권자에게는 미국에 살면서도 누구를 미국의 통치자로 선택할 것인지, 어떤 인물을 상·하원 의원으로 선출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 영주권자들은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정치인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하는 수동적 삶을 살아가야 하는 얽매인 몸인 셈이다. 그에 반해, 시민권자는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통치자를 선출할 수 있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정책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이 땅의 진정한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

9. 시민권자는 공직에 진출할 수 있다.

한표를 행사하는 것 만으로는 국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한계를 느낄 수가 있다. 그럴 경우 시민권자는 직접 정치인으로 변신,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다. 그러나 영주권자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물론, 시민권자라고 누구나 정치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사 정치인이 됐더라도 쉽게 나라를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기회에 도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영주권자에게는 그런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영주권자와 시민권자의 신분은 법적으로 볼 때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크다. 기왕 이땅에서 살기로 작정했다면, 손님으로 머물기 보다는 주인이 되어서 살아가는 게 바람직하다. 눈치 보며 살아가기 보다는 큰소리 치면서, 대우 받으면서 살자. 우리 모두 미국 사회의 주인공이 되어서 이 땅이 지향하는 자유와 정의를 만끽하자.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출처:  미주 중앙일보 전문가 컬럼  2010년3월17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002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