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불법체류자입니다. 한국식당에서 일을 하며 주급을 받고 있습니다. 불체자다 보니 소셜번호가 없습니다. 미국에서 생활한 지 이제 어느덧 7년, 세금 보고를 해야 하나요? 나중에라도 합법이 되려면 세금을 잘 내야한다는 사람도 있고, 어차피 불체니 조용히 사는 것이 좋다는 분도 있는데. 

▷답=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귀가 가려운데 아무리 긁어도 시원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당장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런 급한 일은 아니지만 역시 가려움을 참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미국에서 살면서 신분과 관련된 일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도 많지 않습니다. 어떻게 좀 해봤으면 좋겠는데, 시원한 답이 없는 것이 신분 문제입니다.

세금을 내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신분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법을 어기며 산다고 하는 일은 무척 괴로운 일입니다. ‘불법체류자’란 그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체자는 법을 어기며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누군들 법을 어기며 살고 싶겠습니까만 현실은 어쩔 수 없지요. 어떤 통계에 따르면 한인 네 명 중 한 명은 불법체류자라고 하는데 상당히 많은 사람이 신분 때문에 고생을 하며 이 땅에 살고 있는 것이죠.

이민법은 우리에게 합법적인 체류를 하라고 요구하고 세법은 우리에게 세금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불체자로서 이민법은 이미 위반하며 살고 있는데 그럼 다른 법까지 위반하며 살아도 되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도둑질과 강도, 살인, 방화 등의 흉악한 범법 행위는 하면 안된다고 하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는 과연 어떻습니까? 물론 나라에서 볼 때 탈세는 큰 죄입니다. 만약 미국 시민이 탈세를 한다면 이것은 상당히 엄중히 다뤄집니다. 불체자가 탈세를 해도 사실은 큰 위법 행위가 되는 것이죠. 원론적인 차원에선 또 다른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라도 세금은 내야만 합니다.

세금을 내야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도 여럿 있습니다. 우선 불체자 대사면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 세금을 낸 기록이 있는 사람이 상당히 유리합니다. 운이 안 좋아 추방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우 우선 보석금을 적게 낼 수 있는 근거가 되며 추방을 막을 수 있는 좋은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서 나중에 결혼이나 대사면을 통해 합법적인 신분을 얻는 경우 이제까지 낸 세금에 대한 크레딧을 받을 수 있고 소셜시큐리티 혜택을 받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저런 것을 저울질해 볼 때 역시 세금은 내며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문의: 703-333-2005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5년 4월 20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323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