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사는 게 힘드네요. 저는 식당에서 일합니다. 제 남편은 한인 마트에서 일하고요. 둘 다 수입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그렇게 둘이 있습니다. 저는 식당에서 일하다 보니 밤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고, 남편은 주말 근무가 잦습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들여다볼 여력도 없고, 가방끈이 짧아 무슨 공부를 하는지조차 모르겠네요.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가 싶기도 하고, 또 왜 사는지조차 모르겠네요. 아이들은 영어로만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저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습니다. 남편 손을 잡아 본지도 오래고요. 

답: 글쎄, 저는 법률 전문가이긴 합니다만, 인생 전문가라곤 말할 수 없네요. 산다는 말이 어쩌면 상처를 입는다는 말 하고 동의어가 아닌지 생각이 드는 때도 잦습니다 이마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살아오며 있었던 아픔의 자국이라는 이야기도 있잖습니까. 

눈물을 많이 흘리신 분들은 눈 옆으로 고랑이 파진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얼마 전에 방영된 “인간극장”에서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나와서 하시는 말씀이 눈물이 뜨겁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게 뜨거운 눈물을 아들을 위해 많이 흘리셨다고 하네요. 사람이 살면서 정말 즐겁게, 행복에 겨워 그렇게 사는 날들이 얼마나 될까요? 예로부터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그만큼 걱정도 많다는 이야기겠지요. 물론 가진 것이 없다고 해서 걱정이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많이 가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말이겠죠. 

돈이 행복의 척도라면 부자는 모두 행복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지요. 오히려 가진 사람들이 더 싸우고, 더 헐뜯으며, 더 욕심부리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아흔아홉 가진 사람이 하나 가진 사람 보고 백 개 채워달라는 말이 있듯이, 가진 사람이라고 해서 다 만족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고민이 있고 걱정이 있습니다. 말이 잘 안 통해도 뜻이 통하는 아들딸이 있음에 감사하고,서로 자주 보지 못해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가진 배우자가 있음에 감사하고, 돈은 넉넉지 못해도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음에 감사한다면, 2016년 새해는 꼭 밉지만은 않을 듯하네요. 행복한 새해 되세요.


▷문의 703-333-2005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2016년 1월 4일 전문가 칼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934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