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시민권자인데요 시민권 받을 때는 부모님 주신 이름을 영어로 바꾸기가 뭐해서 못 바꾸었는데요, 미국 살다보니 영어 이름이 필요하군요. 어떻게 해야 이름을 바꿀 수가 있을 까요. 변호사 사무실로 가야하는지요?

▷답=조운파 작사, 최종혁 작곡의 노래 중에 “내 동생”이라는 동요가 있습니다. 동요에 나오는 내 동생은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엄마가 부를 때는 “꿀뙈지”,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이라고 부르지요. 이름은 달라도 내 동생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요. 사랑스런 동생은 여전히 “내 동생”일 뿐이지요. 한국인은 이름 변경을 잘 안하는 편에 속합니다. 심한 경우엔 결혼을 하고서도 혼전 성을 고집하는 분도 계십니다. 

일제의 조선총독부는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조선인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했지요. 모든 조선인에게 일본식 성을 강요했고, 이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불이익을 주었지요. 이런 아픈 역사가 있어서 그런지 한국인은 이름 바꾸는 것에 대한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개명은 누구에 의해 강요 당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념의 개입도 뜻하지 않습니다. 다만 편리를 위한 개명일 뿐이지요. 

사실 우리나라 이름이 영어 알파벳으로 표기되면서 발음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이, 박, 최 등의 한국 대표 성(性)씨도 미국인이 발음할 땐 킴, 리, 팔크, 초이 등으로 발음하게 되지요. 이름 중에서도 발음이 특히 안되는 이름이 여럿 있는데, 여자 이름 중에 “숙”자가 들어 있는 경우, 남자 이름 중에 “길”자가 들어 있는 경우 영어로는 발음도 안 좋을 뿐더러, 그 의미조차 상당히 안 좋게 변질됩니다. 조상이 물려준 멋진 성과 이름이 미국에 와서 수난을 겪는 것이지요. 

어차피 미국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미국인이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이 바뀌었다고 사람도 바뀐다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 동생”의 이름이 여럿이듯이, 질문하신 분이 한국 이름도 있고 미국 이름도 있다고 해서 사람이 바뀐다곤 생각되지 않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미국에서의 이름 변경은 상당히 수월한 편에 속합니다. 살고 계신 카운티 법원에 이름변경을 신청하면 법원에 출두하지 않아도 판사가 서류 검토만으로 승인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해도 됩니다만, 아무래도 이민자는 신분과 관련되어 이름변경 서류가 나중에 또 사용될 수 있기에 가능하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시길 권합니다. 


▷문의: 703-333-2005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5년 1월 9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095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