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없다고 하였던가? 그렇다,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풀리고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파산이 필요없다. 파산법은 “성실히 살았지만, 불운한 채무자”를 위하여 제정되었다. 혹자는 파산하는 사람(“파산자”)을 손가락질 하면서 파산자는 게을러서 또는 지혜롭지 못해서 파산을 한다고 비난한다. 또 어떤이는 파산자는 사회에서 격리되고, 다시는 신용 생활을 해서는 안된다고, 사회에서 매장 되어야 한다고 강경한 어조로 말하기도 한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필자가 만난 사람중에 그 누구도 파산을 원해서 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 중에 그 누구라도 파산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살아온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파산은 선택 아닌 선택, 최후의 선택인 것이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파산자는 모험적이며, 도전적인 사람이었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업을 확장하거나, 무리하게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서 사업을 시작한 사람도 많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그런 측면에서 행운아다. 실패하는 사람을 위해서 파산이라는 훌륭한 안전망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미국법은 파산자가 재기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만들었다. 파산은 또 다른 도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쉼터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듯이, 파산을 하면서 파산자는 그 동안 그를 힘들게 하였던 “빚”이라는 멍에를 벗어 던지고 쉬어갈 수 있는것이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파산은 하나의 나들목인 것이다. 우리가 파산하는 이유는 현재의 삶이 버겁고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파산하는 이유는 파산을 통해 재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파산자는 실패자가 아니다. 파산자는 굴하지 않는 도전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