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파산을 하면서 자동차 융자만 내고 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 다른 크레디터가 그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는지요?

▷답
=단답은 ‘가지고 갈 수 없다’가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세부내용이 중요합니다. 영어 속담에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무척 재미있는 표현인데 질문하신 분의 경우 잘 적용될 듯하네요.
‘디테일’은 물론 세부내용을 뜻합니다. 어떤 사물을 이야기할 때 우선 그 물건의 외형을 봅니다. 크기와 색상, 생김새 등. 사람을 평가할 때도 역시 키와 나이, 직업 등 겉으로 드러난 면을 먼저 보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디테일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어떤 물건을 제대로 알려면 그 재질이 무었인지, 누가 디자인을 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등 그 디테일을 보아야 합니다. 사람도 역시 어떤 공부를 하였고,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그가 지향하는 바가 무었인지 등을 알아야 그 사람에 대해 어느 정도의 디테일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더욱 더 세부적인 내용들을 알 수 있다면 그 물건에 대해, 그 사람에 대해 좀 더 많이 안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겪게 되는 모든 물건에 대해, 모든 사람에 대해 일일이 그 디테일을 다 알기는 불가능할 뿐더러 불필요한 것이죠. 기본적인 정보만 있으면 생활엔 지장이 없는거죠. 길동이 아빠는 키가 170cm고, 한미전자 영업사원이며, 노래를 잘 부른다 정도만 알아도 이웃으로 함께 지내는데 큰 불편함은 없는 것이죠.
하지만 때때로 정말 궁금한 때가 있습니다. 길동이의 누나 한소망은 누구일까하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노래를 들으며, 잠자기 전엔 무엇을 하는지 등등. 그 사람의 디테일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말로 한소망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그녀에 대한 디테일을 알아야 하겠죠.

파산도 디테일이 무척 많습니다. 제대로 파산법을 다루려면 파산변호사들은 파산법에 대한 디테일을 구석구석 알고 있어야 합니다. 질문하신 내용도 그 디테일을 들여다 보면 모든 차가 다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는 다른 크레디터가 그 차를 팔아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디테일한 내용인데 질문이 간략해서 장황한 답을 드리기가 오히려 주저되는군요. 하지만 디테일을 무시하다 때때로 악마를 만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한 질문을 해 주시면 더 디테일한 답을 드릴 수 있겠네요. ▷문의 703-333-2005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4년 2월 14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331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