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국에 온지는 3년됐는데요, 집에까지 찾아와 귀찮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가끔 협박도 합니다. 경찰을 부르면 해결해 줄까요? 돈빌려 달라는 사람한테 어떻게 하면 두 번 다시 안 오게 할 수 있을까요? 다른건 안그런데 돈얘기만 나오면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니 힘드네요.

▷답
=빌려달라는 액수가 얼마인지 궁금해 지는군요. 독불장군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서로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지요. 빌려달라는 액수가 크지 않다면 그리고 내가 능력이 된다면 빌려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액수가 크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겠지요.

액수의 크고 작음은 아무래도 상대적입니다. 질문하신 분에게 어느정도의 돈이 큰 돈인가요? 빌려달라는 사람은 얼마를 요구하는지요? 빌려달라는 사람이 당장 끼니를 걸르는 상황이거나 차가 고장난 상황이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지요?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라면 빌려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못 받아도 되는 금액이라면 지인에게 도움주는 일을 왜 마다하겠습니까?

물론 상습적으로, 습관적으로 매번 작은 금액을 요구하는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으나 정말 위급한 상황이거나 딱한 상황이라면 빌려줄 수도 있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데 무조건 안된다는 생각은 금물입니다. 하지만 만약 액수가 크다면 그러니까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금액이라면 그 때는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알고 지낸지 3년도 안된 사람이 선뜻 돈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상습적인 빚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 그 사람은 다른 여러 사람에게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을 것입니다.

상습 빚쟁이의 특징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며 외모가 반듯하고 말 솜씨가 뛰어납니다. 그리고 늘 자기는 믿어도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희 법률사무실엔 문턱이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친한 친구나 친지가 돈을 빌리고는 갚지 않는다고, 돈을 찾아달라고 오신 분들이 너무 많아서 문턱이 다 닳았기 때문입니다. ‘돈은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참으로 진실된 말입니다. 돌려받지 않아도 되는 금액이라면 빌려주고 그렇지 않은 금액이라면 단호히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한미 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3년 11월 29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16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