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인이 돈이 급하다고 해서 아무개씨에게 현금 3만 달러를 빌리고 제 이름으로 차용증을 써줬습니다. 이해가 안되시겠지만 저는 그 돈을 만지지도 못하고, 아무개가 직접 지인에게 돈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지인은 연락이 안되고, 아무개씨는 제게 그 돈을 갚으라고 합니다. 만약 못 갚으면 법적으로 어떻게 되는지요?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잡니다.

▷답
=아마 답변을 듣고 나선 잠을 잘 주무실듯 하네요.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돈을 빌려주고 받는 것에 관해선 특별한 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3자가 내 이름으로 돈을 빌릴 수 없다는 법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내 허락없이 제3자가 마음대로 내 이름을 사용해 돈을 빌릴 수 있다면 큰 사회적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은행에선 본인이 아니면 절대로 돈 거래를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간의 거래에서 생기곤 합니다. 질문하신 내용처럼 지인에게 아무개씨가 돈을 빌려줬을 때, 아무개씨는 사실 질문하신 분을 믿고 돈을 빌려준 것이겠지요. 아마 질문하신 분하고 최소한 통화는 했을 것이고 질문하신 분은 본인이 책임질테니 돈을 빌려주라고 말했겠지요. 최소한 어느 정도의 교감이 있었기에 아무개씨는 선뜻 3만 달러라는 큰 돈을 현금으로 줬을 겁니다. 아무개씨가 질문하신 분의 얼굴을 봐서 또는 질문하신 분과의 친분을 고려해 돈을 지인에게 빌려준 경우라면 도의적인 책임은 질문하신 분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도의적인 책임이라는 말은 법적인 책임이라는 말과는 다릅니다. 도의라는 말은 도덕적인 의무를 뜻하는데 사실 법하고 도덕하고는 별개입니다. 법은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규칙입니다. 이에 반해 도덕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지켜야 하는 큰 규범입니다. 그래서 부도덕한 모든 행위가 불법은 아닌 것이지요. 지인이 빌려간 돈을 대신 갚지 않는 경우, 도덕적인 지탄의 대상은 될 수 있으나 법적인 책임은 없습니다.
지인이 질문하신 분의 이름을 써서 차용증을 써줬다고 해도 질문하신 분은 법적인 책임이 없습니다. 아무개씨 입장에선 무척 억울하지만 돈 거래에서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서명한 차용증은 의미가 없습니다. 질문하신 분은 법적인 책임은 면할 수 있으나 아무래도 도의적인 차원에서 빚 받는 걸 도와줘야겠지요.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3년 11월 8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108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