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사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 사람이 주인인 식당에서 일을 했는데 월급을 안줘 소송을 걸었습니다. 같은 한국사람이라 웬만하면 참아보려 했는데 해도해도 너무 하더군요. 돈을 준다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또 자꾸 찾아온다고 욕을 하는 정말 악덕 고용주였습니다. 소송은 미국 변호사가 해주고 있는데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말도 잘 안 통하고. 벌써 시간도 1년이 넘었는데 언제 결과가 나올지도 알 수 없고 답답하네요.

▷답
=한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있는데, 그것은 변호사는 무조건 유태인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유태인이 안되면 무조건 백인이어야 하고. 저희 사무실에 찾아오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사무실에서 소송 등의 일을 진행하다 오는 경우입니다. 이분들의 가장 큰 불만은 소통에 대한 것입니다. 도대체 자기 변호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못 알아 듣겠다는 말입니다. 또는 자기 변호사가 충분히 설명을 안 해 준다는 불만입니다. 유태인 변호사에게 갔더니 돈만 많이 달라고 하고, 미국 변호사에게 갔더니 말을 제대로 안 해 주고.

결국은 저희 사무실에 찾아와 속시원하게 이야기해 달라는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한인들의 이민 역사가 길어지면서 한국말도 잘 하고 영어도 잘 하는 한인 변호사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명문 법대를 졸업한 한인도 많고, 미국의 큰 법률회사에서 일하는 한인도 많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인은 무조건 엔지니어링을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었지요. 하지만 세상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찌보면 미국의 주류사회가 한인의 능력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는 듯도 하네요. 오히려 한인들이 같은 한인을 낮춰보는 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이제는 무조건 유태인 또는 백인이라는 편견을 깨고 나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고, 한인이 유엔 사무총장을 지내는 그런 시대가 왔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소통이 안되는 변호사의 경우, 진행상태를 글로 써달라고 요구하시면 됩니다. 글로 써 주지 않는다면 소송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글로 써준다면 주위에 영어를 잘하는 분에게 해석을 요청하면 됩니다. 소송이 진행 중인데 다른 변호사가 끼어들어 밤놔라 대추놔라고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답답하시겠지만 우선 글로 진행상태를 알려달라고 다시 요청하시고 그래도 소통이 안되면 변호사를 바꿔야 합니다.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3년 9월 27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000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