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저는 1987년 미국에서 결혼신고를 하고 혼인증명서를 받았습니다. 그 후 한국에 돌아가 살면서 한국에서도 결혼 신고를 마쳤습니다. 최근 한국에 있는 남편과 한국에서 협의 이혼을 끝내고 한국에서 이혼 신고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미국에 돌아와 있으며 미국에서도 이혼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저는 영주권자입니다.

▷답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영어 중에 ‘프라이버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생활을 뜻하는 말인데, 미국과 한국의 문화차이를 잘 보여주는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히 들어볼 수 있는 질문인데, 미국에선 금기시하는 그런 질문들이 있습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죠, 결혼하셨어요, 부모님은 살아계세요, 부모님은 어떤 일을 하시죠, 월급이 얼마예요,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세요, 어떤 종교를 가지고 계시나요, 신을 믿나요….

한국도 이제 많이 사생활에 대한 개념이 발달해 꼬치꼬치 물어보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심심찮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선 개인의 신상에 속하는 내용을 꼬치꼬치 물어보면 성가신 사람이 되어버리고, 또 괴팍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 만큼 미국은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미국에서 여성에게 기혼인지, 미혼인지, 이혼인지 등에 관한 질문을 하면 그것은 상당히 큰 결례입니다. 한국에선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대수롭지 않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인데 미국에선 절대 ‘노노’입니다.

갓이민온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미국은 자유롭다’라는 말입니다. 물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며, 말조차 다른 이 땅에서‘ 자유롭다’라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히려 불편하고, 얽매이는 삶이 돼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답은 사생활 에 관한 문화적 차이에 있습니다.

미국은 개인의 사생활을 무척 소중히 여기며, 각 사람이 자유롭게 자기만의 세계에서 살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혈액형이 무엇인지, 직장에서 직급은 무엇인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아울러 기혼인지, 미혼인지 등에 대해서도 질문하지 않습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우리 모두의 사생활이 지켜지는 것입니다. 이혼을 했다고 별도로 신고할 의무는 없습니다. 세금보고나 배우자 초청 등을 할 때처럼 꼭 필요한 경우엔 결혼 여부를 공개해야 하지만, 사전에 신고해야 하는 의무는 없습니다.

▷문의 703-333-2005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4년 6월 5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587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