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결혼 30년 차 부부입니다. 세 달 전 남편이 집을 나갔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심각하단 생각이 드네요. 카톡을 해도 답변이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네요. 애들을 시켜 전화를 하면 마지못해 전화는 받는데, 집에 돌아오겠다는 얘기는 없습니다. 나가기 전 특별히 부부 싸움을 한 것도 없고, 별다른 말도 없었습니다. 아주 다정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자주 싸우는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각 방을 쓴 지가 이미 여러 해가 되었고, 돌이켜 보면 부부 사이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더 기다려야 하나요?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하네요. 

답: 가깝고도 먼 사이가 부부 사이라고 하네요. 서로 마주 보고 있으면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이 등을 돌리고 누우면 지구에서 가장 먼 곳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부부죠. 특별한 계기도 없이 집을 나갔다면 충동적인 가출은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남자가 여자를 떠나는 경우, 그 이유가 많지는 않습니다. 주로 다른 여자가 생겨 떠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질문 중에 다른 여자에 대한 언급이 없으시니 여자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편 주변에 남편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여자는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여자와 함께 살기 위해 나갔다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여자가 있었다면, 아내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현대인에게 있어 가장 큰 병 중의 하나는 고독이라고 하는데, 남편은 부부생활에서 고독했을까요? 외로움이 심해지면 우울증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 혹시 남편에겐 우울증 같은 병력은 없으신가요? 예전에 제가 상담한 분 중에 우울증 때문에 가출한 사람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질문하신 분의 남편은 어떠신가요? 

외로움이 되었든 우울증이 되었든, 마음의 병이 있다면 사실 그것은 쉽게 고칠 수 있는 병은 아닙니다. 그나마 우울증은 약물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곤 하는데, 역시 자력으론 치유가 힘들겠지요. 여하튼, 남편이 가출한 이유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혹시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지, 우울증이 있는지, 아니면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가출을 했는지를 다시 한번 짚어보세요. 남편이 병이 걸린 상태라면,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봐야 할 테지만, 여자 문제라면 이쯤에서 갈라서야 하는지 아니면 기다려줘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여하튼, 가출했다는 사실보다는 왜 가출했는지, 그 이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문의 703-333-2005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2015년 5월 11일 전문가 칼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37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