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혼을 생각 중인데, 한 가지 여쭈어봅니다. 일전에 상대방에게 각서를 써준 적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이혼을 원하는 경우 50만 달러를 지불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름과 서명은 영어로, 그 외 내용은 한글로 썼는데 이혼을 하게 되면 정말 5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나요? 저는 이혼을 막기 위해 써준 각서인데 이제 와선 제 발목을 잡는 글이 되는군요.

▷답=각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답변드리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혼을 원하는 경우"라는 문구는 이혼을 전제로 한 계약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지속적인 결혼생활을 목적으로한 대가성 없는 계약으로 보여집니다.  부부 사이에도 계약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계약에 있어 전제가 되는 것은 대가성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친구에게 1만 달러를 주겠다고 하고 그것을 글로 쓰고 서명을 했다고 해도 만약 대가성이 없다면 그 계약은 무효입니다. 단순한 선물을 주겠다는 의사 표시일 뿐입니다. 선물이라면 주기 싫으면 안 줘도 되겠지요. 선물을 안 줬다고 법원에 소송을 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여기서 대가성이란 그 1만 달러에 대한 상대방의 어떤 약속이 있었는가를 뜻합니다. 만약 친구가 나에게 그림을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제가 1만 달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면 그것은 대가성이 있는 유효한 계약입니다. 어떠세요. 질문하신 분은 50만 달러를 주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 받은 것이 있으세요? 대가성이 없는 약속이라면 효력없는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택시를 타고 가는데, 장거리라서 20만원을 주기로 했는데, 중간쯤 가다 30만원을 더해 총 50만원을 주지 않으면 가지않겠다고 기사분이 말을 합니다.  이런 경우 30만원을 더 주겠다고 각서를 써도 그 각서는 효력이 없습니다.  대가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가기로 한 길이고, 중간에 가격을 올린 것은 강압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고로 길이 막혀 하루밤 잠을 자고 아침에 다시 떠나야한다면 추가 요금을 요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관비 식비 등이 추가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50만불을 줄테니 이혼하지 말고 앞으로도 같이 살자고 약속했다면, 대가성은 없어 보입니다.  물론 50만불 줄테니 이혼하자고 계약했다면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앞으로 함께 살 것이라는 약속이라면 대가성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부부니까 당연히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이혼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50만 달러를 준다고 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로 보입니다.  선물을 주겠다는 약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는, 강압에 의한 계약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각서 내용이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합의서라면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이 됩니다. 이혼을 앞두고 재산을 나누는 경우 그 약속은 대체로 유효합니다. 대가는 이혼 그 자체이고, 서로 합의를 통한 재산분할이기 때문입니다.  각서 내용에 "우리 두 사람은 이혼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재산분할에 동의합니다"로 시작하는 문구가 있는 경우, 유효합니다.  결론적으로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한 각서라면 효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고, 이혼을 하기 위한 각서라면 효력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 사이의 각서도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 hanmicenter@gmail.com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칼럼 11월 17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825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