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저희 어머니가 남동생(삼촌)에게 7년 전 한국에서 5억 원을 빌려주고 2억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차용증을 작성한 것은 없고 통장거래 내역만 있습니다. 삼촌은 현재 뉴욕 금융기관에서 임원으로 일하며 모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통장내역만 가지고 미국에서 민사소송을 해서 한국에서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요?

▷답=답변을 드리기 전에 우선 이해를 해야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것은 ‘소멸시효’라는 개념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입니다. 형사에서 그와 비슷한 개념으로 ‘공소시효’라는 표현을 씁니다. 가령 살인사건의 경우 25년, 사기의 경우 10년 등의 공소시효가 한국에는 있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엔 범인이 붙잡힌다고 해도 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공소권이 없기 때문입니다.

형사와 민사를 간단하게 구분하는 방법은 잘못한 사람이 감옥에 가는가 안 가는가 하는 점입니다. 감옥에 가야 한다면 형사,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다면 민사가 됩니다. 민사의 경우 ‘소멸시효’가 적용되는데 대체로 형사사건의 ‘공소시효’보다 그 기간이 짧습니다. 버지니아의 경우 계약위반은 5년, 사기는 2년, 채무는 3년의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만약 채무가 어음증서(소위 ‘노트’) 형태로 되어 있다면 6년, 글로 쓰여진 계약의 일부라면 5년으로 그 시효가 늘어납니다.
질문하신 내용을 미뤄볼 때, 돈을 돌려 받을 수 있는 소멸시효를 넘긴 듯 합니다. 그런 경우 더 이상 미국법으로 다스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법의 적용은 아직 유효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채무가 있는 경우 형사법 상의 사기로도 다뤄질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저는 한국법에 대해 자문을 드릴 수 있는 자격이 없습니다.

소멸시효는 돈을 돌려주기로 한 날로부터 계산이 됩니다. 계약위반이 일어난 날을 기준으로 시효를 적용하는 것이지요. 가령 삼촌이 돈을 7년 전에 빌려갔지만 돈을 돌려주기로 한 때가 올해였다면 아직 시효는 살아있는 셈이지요. 하지만 세상 일 대부분이 그렇듯이 돈 빌려간 사람이 자기 입으로 시효가 살아있다고 인정하지는 않겠지요. 글로 쓴 차용증이나 계약서도 없다면 일단 돈을 빌린 적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돈을 빌렸다고 인정한다고 해도 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주장하겠지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3년 7월 26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864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