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녕하세요. 5년 리스계약을 했습니다. 리스 시작부터 지금까지 2년간 버텨왔는데 이젠 정말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건물주는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 싶어하지 않고, 무조건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무래도 파산을 해야 할 듯한데….

▷답=우선 파산과 관계없이 통상적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파산을 하는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짚어 드리겠습니다. 통상적으로 렌트를 두 달 정도 밀리게 되면 건물주는 퇴거 소송을 시작합니다. 퇴거 소송은 제법 그 진행 속도가 빨라서 소송 시작에서 퇴거 판결까지 통상 2주에서 4주 걸립니다. 판결이 나면 가게를 1주에서 3주 내에 비워줘야 합니다. 비워주지 않는 경우 보안관이 강제로 가게에서 사람을 끌어내고 가게 문엔 자물쇠가 잠그게 됩니다.

 간혹 성급한 건물주가 있어 두 달 정도의 시간도 주지 않고 소송을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울러서 가끔 과격한 건물주를 만나는 경우, 렌트가 밀리면 으레 가게 문을 바로 잠가버립니다. 이런 행위는 락아웃(Lock Out)이라고 지칭합니다. 밖으로 좇아낸 뒤 문을 잠갔다는 말이지요. 예전에 건물주에게 더 많은 권리를 주던 때 사용되던 방법인데, 이제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옛날식으로 락아웃을 해 버리는 건물주가 간간이 나타나곤 합니다.

 적법적인 퇴거 소송이든 불법적인 락아웃 사건이든 렌트비가 밀린 세입자는 조만간에 가게를 비워줘야 합니다. 파산을 하는 경우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시간을 약 한 달에서 두 달 가량 벌 수는 있습니다. 어차피 적자인 비즈니스이겠지만 렌트비가 안나가면 흑자인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한 달에서 두 달이란 시간은 무척 도움이 됩니다. 세입자에게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는 두 달 정도 우선 렌트비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퇴거 소송이 시작되고, 다시 또 그 시점에서 파산을 통해 한 두 달 정도 시간을 버는 경우입니다.

 물론 도의적으로 보면 렌트비를 내지 못하는 그 시점에 가게를 비워주고, 파산한 뒤 빚정리를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지만 파산까지 해야 하는 마당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데 건물주의 입장까지 고려해 주긴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고 보면 건물주가 너무 성급하다가나 너무 과격하다고 탓할 수 만도 없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순간입니다. 어려운 상황하에서 서로 자기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이니까요. 건투를 빕니다.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3년 5월 31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1738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