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 11-1846. 미국 애플사가 지난 15일 삼성전자를 상대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낸 소송의 번호다. 본 소송에서 애플사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배심재판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대응하여 21일 한국·독일·일본에서 애플사를 특허 침해로 고소했고, 27일 미국에서도 맞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사가 소송을 걸었다는 것은 이미 삼성전자와의 협상이 결렬됐음을 뜻한다. 애플은 삼성이 애플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을 것이며, 또한 침해 중지를 요구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테크놀로지 회사는 이런 경우 사용권 계약을 요구하는데, 애플은 그보다는 제조 중지를 요청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협상이 결렬된 것은 삼성도 나름대로의 방어논리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이 과연 재판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에서는 2%의 소송만이 재판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애플과 삼성의 소송도 재판으로까지 가지 않을 가능성이 꽤 크다. 재판은 위험을 동반한다. 재판의 결과는 언제나 승자와 패자를 낳는다. 삼성이 진다면 그 재판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첨단기술과 제일주의를 지향하는 세계적 기업 삼성이 타사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판결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삼성은 항소할 것이며, 불공정 경쟁 등 다른 이슈를 들고 나와 애플을 공격할 것이다. 애플이 진다면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는 경우가 될 것이다. 애플도 절대로 승복할 수 없는 결과이다. 애플이 디자인 특허에서 패배한다면 애플 제품의 일반상품화를 가속시킬 것이며, 애플 제품의 '애플성'을 희석시킬 것이다.

특허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특히 첨단기술에 있어서 특허법이란 해석하기 나름이다. 애플이 삼성의 맞고소에서 패한다면, 피해 보상 액수가 천문학적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애플과 삼성 쌍방이 잃을 것이 많고 예측불허의 변수가 존재할 때 재판까지 가는 것은 상당한 도박을 뜻한다. 물론 쌍방의 의지가 굳건하다면 재판까지 가겠지만 공생(共生) 관계에 있는 두 회사가 이런 큰 위험을 감수할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은 '왜 애플이 삼성을 제소했는가'라는 점이다. 삼성이 튀어나온 못이기에 정을 맞는 것인지, 아니면 애플의 세계전략의 일환인지를 알아야 한다. 삼성도 소송에 있어서는 백전노장(百戰老將)이다. 많은 일본과 미국 업체로부터 끊임없는 견제를 받으면서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삼성은 이제 소송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것을 잘 아는 애플이 핵심 협력사인 삼성을 제소했을 때 애플이 바라본 것은 삼성 그 이상의 것이다. 당장 삼성에게서 항복을 받고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애플은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위협하는 경우 그 누구라도 사정없이 몰아칠 것이라는 점을 전 세계 많은 테크놀로지 회사들에 경고한 것이다. 애플의 경고로 삼성은 일단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삼성도 역공에 나설 수 있는 많은 특허가 있으며, 배심 재판까지 간다면 애플도 잃을 것이 많다는 사실이다. 삼성이 적극적인 역공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삼성과 특허분쟁을 하고자 한다면, 그 누구라도 국지전이 아니라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는 경고를 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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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출처:  조선일보 2011년4월30일 기고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4/29/20110429022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