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자녀 둘을 교육하려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기러기 엄마입니다. 남편과는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으나, 사실 저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남편과 함께 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남편은 이혼해줄 수 없다고 버팁니다. 미국에서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이혼할 수 있는지요? 

답: 기러기는 암컷과 수컷의 사이가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한국에선 옛날부터 혼례를 치를 때 나무 기러기 목안(木雁)을 전했다고 하네요. 기러기는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백년해로를 약속하며 신랑이 신부의 부모에게 전했다고 하는군요. 

서양에선 사랑의 상징이 하트라면, 동양에선 기러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줄을 지어 함께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다정한 형제라고도 비유했다는군요. 그런 아름다운 뜻이 담긴 ‘기러기’라는 단어가 요즘 들어 많이 퇴색하고 말았네요. 

철새인 기러기처럼 계절이 바뀌면 이곳저곳 날아다닌다고 해서, 조기유학 하는 아이의 부모를 기러기 엄마, 기러기 아빠라고 부른다지요. 맹모삼천지교라 했으니 자식 교육을 위해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 부모를 탓할 수야 없겠지요. 다만, 기러기 부부는 이름만 부부일 뿐, 사실은 별거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문제가 있지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기러기 부부가 보통 부부보다 더 많이 이혼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조기유학의 여러 병폐 중 하나지요. 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지만, 결과적으로 부모는 이혼하고, 아이들과는 소통이 안 돼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각설하고, 기러기 엄마가 미국에서 이혼할 수 있는가는 기러기 엄마의 신분에 달려있습니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라면 미국에서 이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신분인 경우 가능하지 않습니다. 신분이 안되는데도 이혼 소장에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고 써서 이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무효가 될 수도 있으며, 법원을 상대로 한 사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남편과 연락이 되고, 어디 사는지도 알고 있는 경우엔 남편에게 꼭 통지해야 합니다. 통지하지 않고, 남편이 어디 사는지, 연락도 안 된다며 일방적으로 이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역시 이혼 무효 사유가 됩니다. 아울러, 남편에게 통지하지 않고 이혼하는 경우엔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권, 양육비 등을 전혀 받을 수 없습니다. 역시 가장 좋은 방법은 정공법입니다. 법에 따라 통지를 하시고 질문하신 분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7년 9월 11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5594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