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친한 언니에게 빌린 돈이 있습니다. 언니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제가 하도 사정을 하니까 집을 담보로 에퀴티 융자를 뽑아 제게 5만 불을 빌려주었습니다. 그것이 2년 전의 일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던 가게는 더는 상태가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저는 조그마한 델리를 운영하는데, 빌딩 안에 들어있는 델리입니다. 도로에선 보이지 않고, 빌딩에 들어와서 엘리베이터를 지나면 그제야 보이는 곳이지요. 

한때는 무척 장사가 잘 됐는데, 빌딩의 3개 층을 사용하던 회사가 나가면서 어려워졌습니다. 올해 초엔, 설상가상으로, 다른 작은 회사 2개가 또 나갔습니다. 빌딩의 여러 층이 비면서, 저희 가게는 더 힘들어졌고, 이제는 렌트비도 여러 달 밀려 파산을 해야 할 지경입니다. 언니에게 정말 미안하네요. 그래서 파산을 할 때 언니에게 빌린 돈은 파산 신청서에 넣지 않고, 파산이 끝난 다음에 돈을 갚을까 합니다. 그래도 될까요? 

답: ‘설상가상’이라 참 적절한 표현입니다. 눈이 내렸는데, 또 그 위에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지요. 안 그래도 사업이 어려운데, 다른 회사 둘이 더 나가면서 사업이 더 어려워졌네요. 빌딩 안에서 고정 고객을 바라보며 하는 사업의 맹점이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그 빌딩에 들어있는 테넌트(입주자)가 없어지면 고객층도 그만큼 엷어지는 것이지요. 빌딩에 테넌트가 꽉 차 있을 때는 좋은 비즈니스가 될 수도 있으나, 테넌트가 하나둘 빌딩을 떠나면 비즈니스는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빌딩 안의 델리, 잡화점, 세탁소 등이 이런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테넌트가 입주할 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좋겠으나, 그게 언제가 될지, 그전에 또 한 번의 서리가 내릴지 모르는 일이지요. 

파산 신청서를 영어로 페티션이라고 부릅니다. 페티션엔 모든 빚과 자산을 공개하게 되어있습니다. ‘모든’ 빚과 자산입니다. 하나라도 빠뜨리면 위법이 됩니다. 친한 언니에겐 미안한 일입니다만, 페티션에 그 빚을 꼭 기재하셔야 합니다. 파산이 끝나고서라도 빚을 갚겠다면 그때 갚도록 하세요. 물론 앞으로 빚을 갚을 여력이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언니에게 진 빚은 꼭 갚고 싶다는 뜻은 알겠습니다만, 사업 실패를 통해 보셨듯이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것이 우리 삶입니다. 파산을 처음부터 의도하고 사업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파산해야 한다면, 빚 정리를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언니에겐 마음의 빚을 지고 가지만, 언젠가 운이 따른다면 그 빚을 갚을 날도 오겠지요. 건투를 빕니다. 

▷문의: 703-333-2005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2016년 8 월 8일 전문가 칼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4499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