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이혼을 원하는데 둘 중 한 사람이 이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요? 법정에 가도 한 사람이 이혼을 원치 않으면 법정에서 판결이 안 되는지요? 

답: 오랜만에 아주 간단명료한 질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주 자주 받는 질문입니다. 자명할 것 같은데, 많은 분이 물어오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아마 한국 드라마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라마를 보면 그런 내용이 자주 나오지요. 아내는 이혼을 원하는데, 남편이 이혼을 안 해주는 경우. 또는, 남편이 이혼하자고 이혼 서류를 아내에게 건네줬는데, 아내는 망설이는 경우. 그런 드라마를 보면 사람들은 이혼할 때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결혼은 두 사람이 동의해야만 가능하지만, 이혼은 한 사람만 원해도 가능합니다. 물론 한국에서 얼마 전에 법무부 장관 후보가 여자 몰래 혼인신고를 해서 큰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한국이건 미국이건 결혼은 쌍방이 합의해야만 가능하고, 이혼은 일방 이혼이 가능합니다. 일방 이혼이 가능하지 않다면 결혼은 노예계약이 될 수도 있지요. 원하지 않는데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면, 개개인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제한받는 상황이 될 테니까요. 

그런데도 배우자가 이혼을 해주지 않아 고통을 겪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상담해보면, 많은 분이 합의 이혼을 원합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는 합의 이혼을 하겠다고 합니다. 저도 일방 이혼보다는 합의 이혼이 당사자들에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일방 이혼의 또 다른 말은 분쟁 이혼이라고 합니다. ‘분쟁’이란 재판을 통해 이혼한다는 뜻인데. 분쟁하면 시시비비를 다투게 되고, 부부 사이에 있었던 내밀한 이야기, 살아오며 일어났던 시시콜콜한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분쟁을 거치며 부부가 확실히 원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혼 전에 그래도 어느 정도 미운 정이나마 있었다면, 분쟁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정은 떨어지고 미움만 남는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한 사람만 원해도 이혼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부부 사이의 불화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이혼은 아닙니다. 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시고, 그래도 말이 안 통하면 상담을 받거나 일정 기간 별거를 하십시오. 어제 부부 싸움했다고 오늘 이혼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다면 일정 기간 별거 후에 이혼 절차를 밟아도 늦진 않습니다. 잘못된 결혼도 많지만, 잘못된 이혼도 적지 않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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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칼럼 2017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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