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차를 빌려 Hawkesbury가 있는 서북쪽으로 향한다. 이곳은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거꾸로다. 운전석이 오른쪽이다. 백미러를 보려면 왼쪽으로 치켜봐야 한다. 기아는 왼쪽이고 신호 켜는 장치는 오른쪽이다. 와이퍼 켜는 장치는 왼쪽에 달려있다. 그래서, 차선을 바꿀 때마다 신호를 준다며 와이퍼를 작동시킨다. 왼편 조수석에 앉은 진주 씨는 그럴 때마다 큰소리로 웃어댄다. 나는 등줄기에서 땀이 내리는데.

사람들이 모두 잘못된 선에서 운전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도 거꾸로 운전한다. 매번 역주행하는 느낌이다. 시드니에선 시드니 법을 따라야 한다. 내 맘대로 오른쪽 선에서 운전할 순 없다. 여하튼 거꾸로 가는 호주여행이다.

여행은 뇌에 적당한 스트레스와 자극을 준다고 한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다시 온 이곳에서 나는 캥거루 꿈을 꾼다. 캥거루는 오늘도 거꾸로 난 길을 갸우뚱거리며 바라본다.

임종범 2017년11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