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월도 하루만 남았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생각난다. 이맘때면 늘 그분의 노래가 생각난다. 이토록 계절과 함께 찾아오는 노래가 있다니, 참 대단하다. "언제나 찾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조락(凋落)의 계절을 맞은 하이델베르크에서 "철학자의 다리"를 건넌다. 춥고, 바람 불고, 비 오고. 저절로 "왜"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철학자의 다리라 불릴만하다. 네카어강의 스산한 바람은 하이델베르크의 붉은 성벽을 지나쳐, 노란 낙엽 위에 회오리치더니 곧바로 내 자켓의 빈틈으로 날아든다. 뼈까지 스며드는 추위를 느끼며 왜라는 물음이 또 든다. 그러다 보니 나는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국에선 비 맞은 중이 중얼거린다는데, 독일에선 비 맞은 수도승이 중얼거린다는 표현이 있나 모르겠다?

괴테의 위대함엔 이곳의 험궂은 날씨도 한몫했으리라. 철학을 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이곳.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하면 행복하고, 못생긴 여인과 결혼하면 철학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날씨도 그와 비슷하겠거니 생각이 든다. 중얼중얼.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2018년10월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