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를 옮긴다. 퀸 사이즈라 제법 크다. 혼자 옮기기엔 무리다. 옆에서 지켜보던 팔순의 우리 아버지 어디서 힘이 나셨는지, 꾸부정하게나마 일어서셔서 침대 맞은편을 들어주신다. 당신 몸도 가누기 어려운 분이, 이 아들을 위해 안간힘을 쓰신다. 허리가 아파 제대로 펴지도, 운신도 못하는 분이 용을 쓰신다. 침대는 여전히 크고 무겁다. 침대를 가까스러이 세워, 질질 끌고 나간다. 내 이마에선 땀이 비오 듯이 내린다, 그런 나를 바라보시며 아버지는 안타까워하신다. 도와줄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깝고, 애쓰는 아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이 아들 생끗 웃는다. 아버지는 이렇게 옆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이 아들에겐 큰 도움이자 위안이다.


처진 눈꺼풀에 가리워진 아버지의 눈을 보며 이 아들 새삼 감사한다. 천하장사 우리 아버지, 상승 무도를 터득하셔서 마음만으로도 이 아들에게 큰 힘이 되신다. 천하장사 아버지가 이 아들과 함께하는 한 이 아들 들지 못할 짐이 없고,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오래오래 이렇게 이 아들을 지켜보시며, 힘을 실어주시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