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이라면 청춘을 인생의 끝에 두겠노라"라고 아나톨 프랑스 Anatole France는 말했다.
그렇다면 청춘을 인생의 끝에 둔다면 신이 될 수 있다는 말인지 궁금해진다.
나이가 들며 옛날 일이 더 자주 생각난다.
내일을 생각하기보다는 어제를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요즘이다.
내 삶의 청춘이 끝났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청춘이라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오십견 오고, 머리 빠지고, 허리 아프고...과연 몸은 청춘이라 말할 수 없다.
내가 신이라면 나는 청춘을 인생의 앞부분에 두겠다. 순수했던, 아름다웠던 그때를 늘 회상하며 살 수 있도록.
기실,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때는 중년이라 생각한다. 청춘은 그런 중년을 준비하는 기간일 뿐.
프랑스의 말을 역설하면 내가 신이 되고자 한다면 내 청춘이 한창일 때 목숨을 끊으면 되겠다. 인생의 끝에 청춘이 있었으니. 어쩌면 많은 사람이 신이 되고자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난 여전히 살아있고, 숨 쉬고 있다. 그리고, 청춘의 순수함에 숨어있는 어리석음에 현혹당하지 않았음에 안도한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머리숱도 예전 같지 않다. 군데군데 머리가 파인 것이 버르장머리 없다. 주름도 늘었다. 귀밑머리는 하얂고, 피부의 탱탱함도 확실히 줄었다. 이제 볼을 당기면 늘어난다. 대신 수염 자르긴 편해졌다. 가죽을 당겨 면도날을 데면 깔끔하게 잘린다. 나이 드는 것이 무조건 나쁘진 않다.
청춘이 언제 끝나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중년을 청춘이라 부르기엔 모자람이 있다. 삶에 대한 호기심은 여전하지만, 몸은 청춘을 지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신이 되고픈 생각은 없다. 그저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나에게 주어진 일상에 감사할 뿐.
청춘을 인생의 마지막에 두어야 한다면, 나는 신이 되길 거부한다.

2018년11월10일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