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밀고, 빗을 버렸다” 한미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컬럼 미용실 문이 닫혔다. 전염병 덕분에 이젠 머리도 마음대로 자를 수 없다. 마침 집에 전기이발기가 있었다. 예전엔 바리깡이라 불렀는데, 이젠 전기이발기가 올바른 표현이다. 어감이 어색하긴해도, 바리깡이란 단어와 함께 밀려오는 씁쓰러움보단 낫다. 여하튼 전기이발기 덕분에 머리를 밀 수 있었다. 이제 14살 난 딸아이가 시원하게 밀어주었다. 난생처음 전기이발기을 손에 쥔 딸아인 손에 땀이 찼나보다. 연신 손을 닦아내며 전기이발기로 머리를 깎아주었다. 귀 자르면 안 된다고 말했더니, 걱정되는가보다. 귀 언저리에선 상당히 조심스럽다. 귀를 앞으로 눕혀보고, 뒤로 젖혀보며 위이잉 위이잉. 한참을 자르고 나서 거울을 보란다. 거울 속엔 동자승마냥 파르라니 깎은 머리를 한 내가
있었다. 어색하고 낯설긴 했으나 분명히 나였다. 오른손을 살짝 들어보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하는 조지훈님의 승무僧舞가 문득 떠오른다. 시구詩句를 되내며 오른 발꿈치를 살짝 들어보니 하릴없는 미소가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