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전해진다"라고 엄마는 늘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간밤에도 그렇게 간곡한 기도를 하셨던가요? 주무시면서도 맞잡은 엄마의 두 손. 수면제로 인해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며, 손가락은 풀렸으나 손을 맞잡았던 흔적은 역력하네요. 


간 밤엔 어떤 기도를 하셨나요? 당신을 위한 기도를 하셨나요? 당신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아님 이 아들을 위해 기도 하셨나요? 이 아들의 앞 날을 하나님께 부탁하고, 이 아들을 위해 축복 기도하셨나요? 


엄마는 늘 하셨던 기도를 하셨겠지요. 엄마가 아프기 전에 하시던 그 기도. 우리 삼남매 아프지 않도록, 올바른 길을 가도록, 주님께서 축복하고 인도하시며 보호해달라고 기도하셨겠지요. 


엄마는 당신 자신을 위한 기도는 별로 하지 않으시는 편이었지요. 가끔 몸이 불편하면, 치유해 달라시며 치유의 기도는 했지만. 엄마 기도 제목 대부분은 우리 삼남매에 관한 것이었지요. 


세계평화, 한반도 통일, 아프리카의 복음화 등 그럴싸한 기도 제목도 많았지만 엄마의 기도 제목은 늘 우리 삼남매에 관한 것이었지요. 아버지한텐 미안하지만, 아버지도 엄마의 기도 제목에선 별로 인기가 없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아마 그것은 우리 삼남매가 그 나머지 거창한 일들을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으셨기 때문이겠지요. 엄마가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은 우리 삼남매를 위해 기도하는 일이었으니까요. 나머지는 저희 삼남매의 몫이랍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더 행복한 인류를 이루는 것은 우리 할일입니다. 언젠가 약속드렸죠, 저희 삼남매는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겠다고. 그 약속은 아직 유효합니다. 엄마의 기도에 끊임이 없으셨듯이, 우리 약속도 지켜질 것입니다. 


사랑하는 엄마, 단잠 주무세요. 수면제 없이 편한 잠을 주무시는 날이 오겠지요. 


현재 상태론 엄마가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암 닥터는 항암 치료를 지속적으로 하자고 하시는데, 저희 삼남매는 차마 동의할 수 없네요. 약한 엄마의 심장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을지 우려되고, 항암치료의 효과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안되면 말고"라는 식의 치료는 안 했으면 하네요. 


여러 의사 선생님이 서로 다른 진단을 내리는 것을 볼 때, 상황은 불확실성만 높을 뿐, 치료의 길은 멀기만 하네요. 한 분은 "준비하라고" 하시고, 다른 분은 "항암 치료를 계속할 체력이 된다"고 하시고, 또 다른 분은 "상태를 더 살펴봐야 한다"고 하시는데, 삼남매는 혼란스럽기만 하네요. 


절명의 위기는 넘긴 듯합니다, 기적으로. 하지만, 항암 치료를 계속할 정도의 체력은 일반인인 제가 봐도 아닌듯 하네요. 전문가의 지도가 절실한 지금 "해봐야 안다"는 식의 처방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물론 닥터의 입장에선 그 어떠한 보장도 할 수 없다는 걸 압니다. 이 아들, 변호사 생활 십여 년입니다. "해봐야 안다"는 말의 의미를 제가 모르겠습니까? 다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말씀입니다. 


엄마, 체력이 어느정도 회복되시면 퇴원해요. 이 만큼이라도 지켜주신 병원의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간호사님, 식사 날라다 주시는분, 원무과 직원분, 차를 나눠 주신 자원 봉사자님, 관계자 외 여러 수고하신분 모두 감사합니다. 


다만, 이제 병원 밖에서 치유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엄마의 "때"가 가깝다면, 엄마 남은 나날이 편안 하시고, 무통 하시며, 의미 있는 하루하루 되길 기도할 뿐입니다. 아들의 기도도 하늘에 전달되겠지요?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