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햇볕만 쪼이면 땅이 사막이 된다고 하네요. 햇볕 쪼이는 날, 그늘 내리는 날 그렇게 적절하게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고 하네요. 하긴 늘 봄날만 있다면 봄 볕의 따스함을,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 수 있겠지요.  


그래서 우리 삶엔 기쁨과 고통이 늘 함께 하는가 봐요. 참다운 기쁨은 고통을 인내하는 경우에 맛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 며칠 이 아들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루에도 몇번 씩 하느님하고 씨름하느라 고생고생. 아직은 우리 어머니는 때가 아니라고 변호하느라 진땀. 이 아들 변호사 생활 여러 해 했습니다만, 이 번 처럼 중요한 고객이 없었는지라, 하늘나라의 법 이것 저것 찾아가며, 온 힘을 다해 변론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이 땅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느니, 중보 방의 기도에 귀를 기울여 주셔야 한다느니, 누나의 노고를 기억해 주십사 등등. 글쎄, 제 변론의 힘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여하튼 우리 어머니 의식이 돌아오고, 호흡도 나아지시고, 이젠 식사도 자력으로 하신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하늘나라에선 중보 방의 기도와 누나의 눈물이 더 호소력이 있을 테니까요.  


사실 이 땅의 변호사는 하늘나라에서 별 쓸모가 없나봐요. 누구 말에 의하면 제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면 대단한 환영을 받을 거라 하네요. 워낙 변호사가 하늘나라에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어서.  


어쩌면, 의사도 하늘나라엔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인간의 눈으로만 환자의 상태를 보고, 따스함이 없는 목소리로 사망선고를 내리고, 기적은 믿지 않으니까요. 의사가 연명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말 할 수는 없겠지요. 환자와 가족에게 있어 하루하루가 갖는 의미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하늘나라엔 아픈 사람이 없으니까요.


아픈 사람 없고, 사기꾼 없는 그 나라에 무슨 의사, 변호사가 필요하겠어요. 흐흐. 아무래도 이 아들, 하늘나라 이민 가려면 새로운 일자리 알아봐야겠지요. 누나한테 상담을 받아봐야겠네요.  


이 아침에 저는 가장 기쁜 선물을 받았습니다. 카톡에 남겨 놓으신 어머니의 목소리. 천상의 아리아를 듣는 듯 달콤했습니다. 한 촌 밖에 안되는 풀 잎은 찬란하게 빛나는 봄 볕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하네요. 내 인생의 봄 볕이 되시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