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주말 내내 전화기랑 씨름 중이십니다. 엄마 전화기로 바꾸었는데, 잘 안된다고 하셔서, 구닥다리 스타일로 바꾸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구닥다리도 잘 못 쓰신다며 옛날 전화기를 다시 쓰시겠다고 하네요. 오늘 11시에 아버지하고 전화 회사에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에겐 요즘 용돈으로 xx을 현금으로 드립니다. 매월 1 일날 xx, 16일에 xx. 은행카드는 더 이상 쓰지 않으십니다. 자꾸 잃어 버리신다고. 그래도, 매형하고 수진이 왔을 땐 아버지가 은행카드로 한 턱 쏘셨습니다.  


주말에 내린 눈비는 이미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트럭으로 소금을 아주 많이 뿌리더라고요. 도로 위에 있던 소금이 이제는 차에 붙어버렸습니다. 도로 위에선 유용했는데, 차에 붙으니 흉하네요. 소금은 자동차 바디를 부식시킨다지요. 제 차도 목욕 한 번 시원하게 시켜줘야겠어요.

엄마 호떡, 아기 호떡 이야기 알고 계세요. 후라이 판에 엄마 호떡, 아기 호떡이 있었데요. 아기 호떡이 “엄마 엄마, 나 엉덩이가 뜨거워” 그랬더니 엄마 호떡이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엄마 호떡 왈: “자, 그럼 뒤집자.” 웃기죠.  


사무실은 그럭저럭 돌아갑니다. 시월, 십일 월은 조용하다 싶더니, 요번 달 들어 일이 많이 들어 오네요. 파산 하고 이혼이 여럿 들어 왔어요. 상담을 해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그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집에서 두드려 맞고, 언어 폭력에 시달리며 학대 받는 여자분들이 어찌나 많은지. 참 세상 이상하지요. 다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한데, 안으로 멍이 들어 사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으니.  


특히 예쁜 여자분들이 집 안에선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밖에선 말도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사는 사람들. 여자가 예쁘면, 남자는 대체로 의처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자를 잡기도 하고. 여하튼 세상은 요지경이네요.  


한국도 왜 이리도 시끄러운지요. 대통령이 둘이네, 셋이네 하면서 시끄럽다지요. 그래도 촛불 집회에 수십만, 백만의 사람이 모여도 평화롭게 집회를 하는 걸 보면 시민은 성숙한 것같아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문제일 뿐. 버지니아도 얼마 전에 한인회 회장 선출했고, 연말이라고 약간 어수선하긴 하네요.  


여긴 아침 저녁으로 추워요. 그 나마 눈비가 내리고 다시 약간 누그러졌지만, 금년 겨울은 상당히 추울듯하네요. 아버지 걸음걸이가 옛날 같지 않아요. 이제는 외출할 때 지팡이는 필수예요. 세 다리로 다니는데도, 위태위태해요. 멋쟁이 우리 아버지, 요즘 멋 내는데 시간 더 많이 걸려요. 여전히 멋이 있긴 하지만.  


구구절절 오늘 이야기가 좀 길었죠? 숨쉬기 힘드실 텐데. 폐가 안 좋으면 제일 어려운 점이 숨쉬기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급하게 숨 쉬려다 보면 더 힘들 테니까, 무리하지 마시고요. 반듯이 눕는 것보다는 약간 상체를 들어 주는게 숨쉬기엔 더 편하다고 하네요.  


몇 밤만 지나면, 이 아들도 한국에 들어갑니다. 함께 시간 보내요. 못다 한 이야기도 더 하고. 사랑해요 엄마.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