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엄마가 의식을 잃으셨다. 임종을 준비하라며 병원에선 가족을 불렀다. 나는 그때 누나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지만 의식을 잃었던 엄마는 10분 후에 다시 의식을 찾으셨다고 한다. 그 후로 엄마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못 하셨다고 한다.


엄마가 의식을 잃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왔다.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줄 알고, 택시 안에서 오열했다.


의식을 찾은 후, 몇 시간 동안 시름시름 하시던 엄마는 돌연 눈을 뜨셨다. 엄마를 지켜보던 나를 보시고 엄마는 번쩍 두 팔을 드셨다, 그리곤 나를 안으셨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그렇게 큰 소리로 엄마는 여러 번 외치셨다. 엄마는 이 아들을 힘차게, 힘차게 안으셨다. 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그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나를 부둥켜안으신 엄마의 눈엔 눈물이 맺혔다. 보석보다 귀한 엄마의 눈물. 먼 길을 가시려다 차마 발이 안떨어져, 아들이 보고파 다시 온 것이다.


간밤엔 엄마 병상에 딱 붙어 밤을 새웠다. 엄마 곁에서 엄마 손을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엄마에게 해주었다.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또 만나자는 이야기. 엄마가 어디에 계시든 이 아들이 찾아갈 거라고 약속했다. 새끼손가락 걸고, 누나가 증인 섰다. 우린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렇게 엄마는 희망을 품고 떠나실 것이다. 하늘가는 밝은 길에.


지금, 엄마는 내 곁에서 거칠게 숨을 쉬고 계신다. 폐 전체로 암이 퍼져 폐로 숨을 제대로 못 쉰다. 엄마 코에 걸린 산소호흡기가 엄마의 숨쉬기를 도와주고 있다. 아마, 자력으론 숨쉬기가 어려울듯. 엄마는 간간이 눈을 뜨신다. 눈을 뜨시면, 나를 보신다. 소리를 내기는 어려우신 듯, 그냥 나를 물끄러미 보신다.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웃음을 짓는다. 나를 보시는 엄마의 눈길이 정말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이 아들을 보기 위해 돌아오신 엄마.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엄마.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이 땅에서 엄마의 따스한 손을 잡아볼 수 있는 날이. 이제 나의 소망이 있다면 엄마가 너무 힘들지 않게 하늘나라로 가시는 것이다.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신다. 미국에 있는 막내가 온다고 하는데, 비행기는 왜 이리도 느린지. 엄마는 먼 길 가시기 전에 막내도 보고파 하신다.  


누나와 상의한 끝에, 엄마가 산소호흡기로도 숨쉬기가 곤란해지면, 모르핀을 투여해 달라고 의사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막내도 이 어려운 결정에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엄마 우리 또 만나요.


[이 글은 암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모든이에게 바칩니다. 2017년3월9일 서울에서]


임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