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건희가 어렸을 때 사고가 났다. 새벽에 건희를 안고 계단을 오르던 내가 발을 헛디딘 것이다. 계단을 대략 열계단 올라갔을 때, 발을 헛디뎌 뒤로 넘어갔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 땀이 배기고, 뒤통수가 서늘하다. 넘어질 때 일념은 오로지 건희를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뿐. 손을 뻗쳐 난간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품에 잠든 아들이 떨어질까 봐서. 뒤로 넘어가면서도 아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품안의 아들을 꼭 안았다. 아직도 미스터리는 어떻게 내 뒤통수가 깨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분명히 머리가 꽝 하며 바닥에 부딪쳤는데. 머리가 단단한 게 좋을 때도 있다.  


사고가 나면서 건희는 잠을 깼고, 그 후로 한참 울었다. 하지만, 건희는 다친 곳이 없었다. 나도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다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나고, 뒤통수 어딘가가 아픈듯 하다.


이렇듯 아들은 귀한 것이다. 내 몸보다 먼저 걱정되는 것이 아들의 안위다. 엄마에게 나는 아들이다. 내가 건희를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엄마는 나를 걱정하신다. 이것은 틀림이 없다. 한 번도 의심한 적도, 의심할 필요도 없는 진리다. 삶에 있어 몇 안되는 확고 불변의 진리다. 나를 이다지도 사랑해주시고, 염려해주시는 엄마가 병상에 누워계신다. 병상에서 엄마는 여전히 이 아들 걱정을 하신다. 나는 또 그런 엄마가 안쓰럽다.


생로병사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 육체를 입고 있는 한, 병은 피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나의 이성은 잘 알고 있다. 다만, 감성적으로 너무도 받아들이기 힘들 뿐. 엄마의 아픔을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물론 그렇게하겠다. 하지만, 이 역시도 가능하지 않다. 나는 다만 엄마를 위해 기도하고, 엄마에게 고백할 뿐이다. 사랑한다고. 사랑해요 엄마.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