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굽은 노파를 보았다. 낫 놓고 기역 자라는 말이 있는데, 노파 앞에서 기역를 모른다면 말이 안 될 정도로 거의 구십도 각도로 굽으셨다. 연세는 80대 말에서 90대 초 정도. 하긴 노인의 나이를 알아보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노파를 보며, 마음이 울컥했다. 노파가 불쌍해서가 아니었다. 엄마가 생각나서였다. 말기 폐암을 겪고 계시는 엄마가 생각나서였다. 허리가 아파서는 죽지 않는다고 어느 척추의가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노파는 굽은 허리지만 앞으로도 오래 사실 것 같았다. 탁탁 지팡이를 짚으시며 앞으로 잘만 가시니.  


삶은 유한한 것이요, 만나면 또 헤어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엄마의 삶은 너무 짧은 듯하다. 44년 1월생. 일흔을 넘긴 지 불과 몇 해, 요즘 나이로는 젊으시다. 그래도 하늘이 부른다면, 오신 곳으로 다시 돌아가셔야겠지만, 조금만 더 이곳에 계셨으면 한다. 이런 바람도 부질 없다는 걸 안다. 누가 있어 사람의 삶과 죽음을 주관한단 말인가. 다만, 이 아들은 엄마의 웃음 소리가 그리울 뿐이다.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