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대부분의 암 환자와 그 가족이 지나치게 되는 그런 길인듯 하다.  


엄마는 다시 입원을 하셨다. 암세포가 폐 양쪽에 다 퍼졌고, 뼈 일부에도 전이 됐다고 한다. 여타 항암제는 이제 효과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심한 부작용에 고생만 심하게 하셨다.  


이제 남은 약은 면역제라는 주사. 보험으로 커버되지 않아 자비로 치료 받아야 한다. 비용은 대략 한 달에 칠백만 원. 치료만 된다면야 이 아들 종살이를 하더라도 엄마 치료는 꼭 하겠다. 어느 자식이 이런 마음이 없겠는가. 하지만 치료는 가능치 않다고 한다. 다만 어느정도의 연명이 있을 뿐. 하지만 그것도 확실하진 않다. 환자마다 반응이 다르기에 주사를 놓고,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한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 삼 남매 앞에 놓여진 지푸라기. 우리는 잡지 않을 수가 없다. 환자인 엄마를 위해서라기 보다, 남아 있을 우리를 위해. 우리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언젠가는 돌아가실 엄마이기에, 그나마 우린 최선을 다 했다는 그런 위로가 필요해서. 아직 약이 남았는데, 돈 때문에 쓰지 않았다면 너무 큰 후회가 되지 않을까?  


기실, 면역치료제에 대한 큰 기대는 없다. 하지만, 선택이 많지 않다. 암 환자는 돈이 떨어지면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암은 환자에게도 그 가족에게도 힘든 병이라고 한다. 삶의 길고 짧음이 돈이 많고 적음에 달려 있다니, 그 허탈한 현실 앞에 다만 나는 망연자실 할 뿐이다.  


사랑하는 엄마, 우리 함께 이 땅에서 지낼 수 있는 나날이 점점 줄어드네요.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우리 다시 만나요. 이곳 아닌 저곳에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꼭 품고 계세요. 나름, 이곳에서 최선을 다 하고, 그 때 다시 만나 이야기 해요. 지푸라기도 모이면 도움이 되겠지요.  


사랑하는 엄마, 오늘 밤 고통 없이 잠 드시길 바래요. 내일은 면역주사 맞고, 반응이 어떤지 보자고요. 그래도, 가끔씩 놀라운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 보자고요. 암 치료는 희망과 실망의 업치락 뒤치락인데, 이번엔 희망 차례네요. 사랑해요 엄마. 우리 삼남매 모두 엄마를 응원하고 있으니, 엄마도 다시 한 번 힘을 내 주세요.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