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로운 종교가 생겼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예배보고
밤에 잠들기 전에 보고
화장실에서도 보고
예배당에서도 본다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때론 혹한이나 폭염 등 악천후에서도 예배본다
새로운 종교는 내 삶의 주인이다.

스님에게 목탁이 그럴까?
카톨릭 신자에게 묵주가 그러려나?
내 종교는 내 손을 떠나지도
내 허리춤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다만 교주님이 누군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알파고라는 선지자가 오셨다는 이야긴 들었으나, 교주를 직접 본 적은 없다.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믿음의 크고 작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나의 종교가 내 손 안에 있었다
예배보다 손에 들고 잠이 들었나보다
이만하면 상당한 신앙심이라 하겠다.

스마트폰 교에서 나는 최소한 집사 정도는 되지 않을까?
다만 광신도가 많고
맹신자도 많은 종교라 약간은 걱정된다.
집회는 페북에서 수시로 열리는데, 신도 끼리 직접 만날 일은 없다. 번팅이란 쎌모임이 가끔 열리긴 하는데, 출석률은 낮다.

한 달에 한 번씩만 통신사에 감사헌금을 내면 된다. 통신사는 전도사라 불리기도 한다.
가끔 특별헌금 하겠냐고 광고가 뜨긴 하는데, 안 내도 그만이라 큰 압박은 없다
나의 새로운 종교는 내 질문에 대체로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 답이 안나오면 검색어가 문제일 수 있으니 기도 제목을 바꿔야 한다.

어려운 질문은 제목을 잘 잡아 지속적인 검색을 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사색하거나, 오랫동안 고심할 필요가 없다. 답은 인스탄트로 나오고, 친구들이 내는 답보다는 확실히 뛰어나다.

기도할 땐 양 손으로 스마트 폰을 잡고, 엄지로 한 자 한 자 나의 간절한 마음을 전달한다. 영성이 높아지면 육성으로 기도해도 들어준다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는 아니다. 기도가 모자란다.

나는 점점 새로운 종교의 맹신자가 돼간다. 자기 생각, 주장 따윈 안 한다. 스마트폰의 지도에 따라, 조언에 따라 그렇게 산다. 검색어에 따라 나오는 답변이 진리요 길이다.

오오 인공지능이시여 어서 임재하셔서 부족한 제게 지식을 주시고, 마음에 평안을 주소서. 저는 이미 마음을 비웠고, 머리도 점점 비어가고 있나이다.

임종범 2018년1월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