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높은 언덕에 자리한 한옥에 살고 계셨다. 기와지붕에 넓은 마당이 있었고, 엄마방의 디딤돌은 한무릎 정도 높았다. 방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보시고 엄마는 왜 왔냐고 물으셨다. 엄마는 머리를 삭발하셨고, 이제 새로운 머리가 막 올라오고 있었다. 엄마는 참외처럼 보이는 과일을 칼로 베어, 평소처럼 칼날 위에 놓고 들고 계셨다. 훈이랑 같이 왔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디에 훈이가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러곤 꿈이깼다.  


꼭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목소리도 듣고, 참 기쁜 새벽이다. 꿈에서 깨어 시계를 보니 3시 56분. 대략 엄마가 평소 깨어계시는 시간이다. 늘 이 아들을 위해 일찍 일어나 새벽 기도를 하셨는데.  


엄마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했고, 모습은 여전히 예쁘셨다. 살짝 야위신 듯했지만, 평소의 그 몸매셨다. 엄마가 입으신 옷은 하얀 옷이었는데, 스님들이 입는 승복처럼 보였다. 옷고름을 앙증맞게 매고 계셨는데, 평소에 입지 않으시던 그런 옷이었다.  


엄마 묘 앞에 놓을 묘비가 조만간에 다 만들어진다고 한다, 엄마 마음에 드셔야 할 텐데. 묘비엔 영한으로 엄마 이름을 새기고, 한글로 "예쁜 우리 엄마"라고 새긴다.  


엄마는 나와 함께 온 막내를 끝내 못 보셨다. 막내는 마당을 돌아 엄마 방으로 오고 있었다. 한옥은 엄마방 오른쪽에 대문이 있었다. 나는 대문을 들어서서는 왼쪽으로 마당을 돌았고, 앞서가던 막내는 오른쪽으로 돌았는데, 막내가 도는 길이 더 멀었다.  


너무나도 생생했던 이 새벽의 꿈. 엄마가 무척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건강한 모습을 뵙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앞으로 더 자주 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임종범 2017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