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가 점점 내려온다. 정수리를 기준으로 왼편으로 내려온다. 속알머리가 비면서 생긴 습관이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속알머리가 휑해진다. 그래서 가르마가 내려온다. 옆에 난 머리를 길게 키워 중앙으로 넘긴다. 모양새는 올백만 못하지만, 휑한 부분은 나름 가려진다. 조명만 잘 받으면 풍성해 보이기조차 한다.

오늘 아침 가르마를 또 탄다. 이번에도 역시 몇 가닥을 더 중앙으로 보낸다. 과학기술이 좋아져 머리가 다시 나는 날도 곧 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으며, 가르마를 탄다.

임종범 2017년12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