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국기에 대한 맹세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독자들 대부분은 이를 기억할 것으로 믿는다.

각설하고, 이렇게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 맹세까지 했던 우리가 이제 미국에 산다고 성조기에 대한 맹세를 한다면 그것은 반역일까? 변절일까? 아니면 국제화 시대 당연한 권리 행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변호사로 일을 하면서, 고객들과 신분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된다. 놀라운 사실은 많은 영주권자들이 시민권은 필요 없다는, 또는 시민권과 영주권이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인식이다. 변호사로서 영주권을 소지한 한인들에게 속히 시민권을 취득하라고 권한다.

시민권 취득의 필요성에 대한 한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주권과 시민권의 차이를 두차례에 걸쳐 정리한다.

1. 영주권은 박탈당할 수 있다

중범죄를 저지르거나 밀입국을 돕는 경우, 또 서류를 위조하는 경우 영주권을 박탈당할 수 있다. 영주권자가 미국 시민권자라고 거짓말을 해도 역시 영주권을 박탈 당할 수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또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중범죄나 밀입국에 연루될 수가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영주권은 박탈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권은 여하한 일이 있어도 박탈 되지 않는다. 시민권 취득 자체가 위조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면 ‘한번 시민은 영원한 시민’이다.

2. 영주권은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영주권자는 영주권 카드(I-551 Card)를 항상 소지해야 하며 경찰이 요구하는 경우 제시 해야 한다. 많은 영주권자들은 운전면허증 만으로 신분 증명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이다. 솔직히 무척 불편한 법이다.

물론 아직까지 영주권 소지 여부를 가리기 위한 무작위 단속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반이민 정서가 강화된다면 이같은 법이 강력하게 집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근한 예가 자동차 안전벨트법이다. 미국의 여러 주들이 오랜 동안 법률상으로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해 놓고도 실제로 강력하게 집행한 것은 불과 십여년 전 부터였다. 언제 영주권 소지법이 강력하게 집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튼 영주권 없이 돌아다니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은 알기 바란다.

3. 영주권자는 범법시 추방될 수 있다

영주권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영주권 박탈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으로 추방 당한다. 조국이 범죄를 저지르고 추방 당한 역이민자에게 얼마나 관대할지 의문이다. 시민권자라면, 그래도 미국 땅에서 제2의 인생을 꿈 꿀 수 있다. 원한다면, 제3국에서 미국 시민으로 거주할 수도 있다. 영주권은 그 어느 곳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국제 미아가 될 수 있다.

4. 영주권자는 미국에 마음대로 못 들어 온다

미국은 참 재미있는 나라다. 나가겠다는 사람은 잡지 않는다. 누구나 자유로이 미국을 떠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입국은 다르다. 가는 사람은 붙잡지 않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가린다. 영주권자가 일년 이상 한국에 나가 있는 경우, 돌아 오기 전 재입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시민권자는 그에 반해 언제든지 자유로이 왕래를 할 수 있다.

<내일자에 계속>

한미법률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출처:  미주 중앙일보 전문가 컬럼 2010년3월10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998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