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빚이 많습니다. 카드 빚과 모기지, 학생융자, 전기세, 전화세, 케이블비 등 매월 나가는 돈도 수월치 않습니다. 나름 수입이 낮은 편은 아닌데 빚과 매월 지출이 많다 보니 늘 쫓기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수입이 안 좋은 달에는 힘이 듭니다. 친지에게 돈을 꿔볼까도 생각합니다만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네요. 파산을 해서 빚정리를 하고 싶지만 역시 자존심이 무엇인지…. 정말 파산을 한다면 창피하고 치욕적일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최근 들어 다소 줄어든 수입, 여전한 지출을 생각할 땐 정말 뾰족한 수가 없네요. 파산을 해야만 하는가요?

▷답=‘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중국 진(秦) 나라 말기 유명한 장군이었던 항우가 지은 시의 첫 문장이죠. 항우는 초나라 장수로서 초나라의 왕이 되었던 사람이죠. 항우는 한 때 한(漢) 나라 왕 유방과 중국통일 전쟁을 벌였으며 그 유명한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이기도 하죠. 바로 그 항우가 유방에게 멸망당하기 직전에 지은 시가 역발산기개세로 시작하는 시죠. 우리말로 풀어보면 ‘힘은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항우의 능력을 멋지게 표현한 실로 서사적인, 장부의 모습을 잘 표현한 문장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역발산기개세의 영웅적인 장수도 결국엔 사면초가를 당하고 유방 군에 의해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항우의 죽음에 대해 후세의 사가들은 여러모로 논평을 했는데, 제 마음에 특히 와닿는 것은 항우가 죽고 나서 천 년이 흐른 후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내놓은 논평입니다. 두목은 다음과 같은 ‘오강정시(烏江亭詩)’를 지어 항우의 죽음을 논했습니다. 승패병가불가기(勝敗兵家不可期) 포수인치시남아(包羞忍恥是男兒) 강동자제다호걸(江東子弟多豪傑) 권토중래미가지(卷土重來未可知). 우리말로 풀어보면 이기고 지는 것은 그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 치욕도 삼켜야 하는 것이 남아요, 강동의 자제 중 호걸도 많건만, 권토중래는 알 수 없음이라.

항우가 죽게되는 장소는 오강(烏江) 강가인데 그 곳에서 배를 띄워 강을 건너면 항우의 세력권인 강동으로 닿을 수 있는 지역이었다고 하는군요. 오강에서 항우의 부하가 배를 타고 나타나 항우에게 강을 건너가 후일을 도모할 것을 권하는데, 항우는 “강동의 자제들을 다 잃고 무슨 낯으로 돌아가 그 부형들을 대하랴”라며 죽음을 택했다고 하는군요. 질문하신 분이 항우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문의:703-333-2005

한미 법률 사무소 임종범 변호사

워싱톤 중앙일보 전문가 칼럼 2015년 3월 9일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220305